WIPIVERSE

명예남성

명예남성(名譽男性, honorary male)은 부권제적(家父長的) 현상을 교란시키지 않으면서 남성과 동등하거나 그에 준하는 지위에 오른 여성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이 용어는 주로 여성주의(feminism) 관련 학술 담론과 사회학적 논의에서 사용되며, 특정 사회 구조 속에서 소수의 여성이 남성적 권력 구조에 동화되어 높은 지위를 획득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

학술적 정의와 배경

미국 학자 앨리슨 하이시(Allison Heisch)는 1980년 논문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부권제의 지속〉에서 명예남성을 "남성중심사회를 기능케 하는 가치와 관습을 받아들여 내면화하고 그에 따르는 여자"라고 정의했다. 하이시에 따르면 명예남성은 부권적 지배를 전복하려 하기보다 오히려 이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며, 그 예시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들었다. 여왕이 국가를 통치했음에도 당시 잉글랜드 여성들의 삶이 전반적으로 진보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는 점이 그 근거로 제시된다. 하이시는 또한 문학계에서 남성 작가들과 교류하며 "형제 같은" 관계를 맺은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도 명예남성의 사례로 언급했다.

캐롤라인 헤일브룬(Carolyn Heilbrun)은 1988년 저술에서 명예남성이 자신의 특권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일반적인 여성들과 스스로를 분리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명예남성은 가정이라는 구속을 남성 세계라는 또 다른 구속으로 맞교환하게 된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잠비아의 활동가 사라 흘루페킬레 롱그웨(Sara Hlupekile Longwe)는 1998년 글에서 명예남성들이 최고의 지위에 오른 자신의 경험에만 비추어 다른 여성들도 모두 평등한 상태에 있다고 간주하는 이른바 "여왕벌(queen bee)적 행태"를 보인다고 논했다. 롱그웨는 이를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의 이름을 딴 "대처 증후군"이라고 불렀다. 대처 증후군을 지닌 여왕벌적 명예남성은 다른 여성에게 권력을 부여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남성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여성으로서의 지위 유지에 골몰한다는 것이다.

현대 한국어권에서의 용례

한국어권에서는 명예남성이 학술적 개념 외에도 속어적·비판적 용법으로 확장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온라인 담론에서는 남성들과의 경쟁 과정에서 자신이 "연약한 여성"이 아니라 남성과 동등하거나 그보다 위협적인 존재임을 증명하기 위해 남성적으로 행동하며, 같은 맥락에서 여성에게 성차별적 또는 여성 비하적 언행을 하는 여성을 가리키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또한 "남성이 아님에도 남성 권력을 대변하는 사상을 지닌 여성"이라는 넓은 의미로도 사용된다. 다만 이러한 속어적 용법은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와 담론 공간에서 유행한 용례로서, 학술적 정의와 반드시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사례

역사적으로는 고대 이집트에서 완전한 파라오로서 통치한 여성 통치자들, 철기 시대 유럽에서 전쟁으로 인한 남성 부족 상황 속에서 사회적·군사적 권력을 행사한 여성들, 그리고 알바니아 등 발칸 지역에서 나타난 "맹세한 처녀(Balkan Sworn Virgin)" 관습 등이 명예남성 개념과 관련하여 논의되곤 한다. 알바니아의 경우 근현대까지 이어진 이 관습에서는 집안의 가장 역할을 수행할 남성이 없을 때 여성 중 일부가 성적 관계를 포기하고 사회적으로 남성의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가 존재했다.

한계와 논의

명예남성 개념은 학계에서 보편적으로 확립된 단일한 정의가 존재하기보다는, 페미니즘 이론가들에 의해 각기 다른 맥락에서 제시된 분석적 개념의 성격을 지닌다. 이에 따라 명예남성에 대한 해석은 학자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며, 특히 온라인 속어적 용법과 학술적 정의 사이의 의미 간극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둘러보기

더 찾아볼 만한 주제

    전체 문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