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T80은 1930년대 후반 독일에서 세계 육상 속도 기록 경신을 목표로 메르세데스-벤츠가 개발한 특수 제작 자동차이다. 나치 독일의 강력한 지원 아래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설계한 이 차량은 당시 최첨단 기술과 매우 강력한 항공기 엔진을 결합하여 전례 없는 속도를 달성하고자 했다.
개발 배경 및 설계: T80 프로젝트는 독일의 유명 레이싱 드라이버 한스 스투크(Hans Stuck)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당시 영국이 독점하고 있던 육상 속도 기록을 독일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아이디어는 아돌프 히틀러에게 전달되어 국가적 자부심을 높이는 선전 도구로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는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였으며, 그는 6륜 구동 방식과 독특한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는 T80을 설계했다. 차체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선형으로 디자인되었고, 고속 주행 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후방에 두 개의 수직 꼬리 날개(트윈 테일 핀)가 장착되었다.
기술 사양: T80의 심장은 항공기용 다임러-벤츠 DB 603 V12 엔진이었다. 이 엔진은 슈퍼차저를 장착하고 메탄올 기반의 특수 연료를 사용하여 최대 3,500마력(2,600kW)의 출력을 낼 수 있도록 개량되었다. 이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동차 엔진 중 하나였다. 최초 목표 속도는 시속 550km(340mph)였으나, 설계가 진행됨에 따라 600km/h(370mph), 최종적으로는 시속 750km(470mph)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되었다. 차량의 길이는 약 8.24미터, 무게는 약 2.89톤에 달했다.
운행 계획 및 운명: T80은 1940년 초 데사우(Dessau) 근처의 확장된 아우토반 구간에서 한스 스투크가 운전하여 '레코드 주간(RekordWoche)'이라는 이름으로 기록 경신을 시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939년 9월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모든 계획은 중단되었다. T80에 장착될 예정이던 DB 603 엔진은 전투기 생산에 필수적인 자원이 되어 차량에서 분리되었다. T80 차량 자체는 전쟁 중 파괴되지 않고 안전하게 보관되었으며, 전쟁이 끝난 후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으로 옮겨져 현재 슈투트가르트에 전시되어 있다. 비록 세계 기록 도전을 하지 못했지만, T80은 1930년대 독일의 공학 기술과 야심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산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