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왕(중국어: 林旺, 병음: Lín Wàng, 1917년~2003년 2월 26일)은 중일 전쟁과 제2차 세계 대전 시기에 군용으로 동원되었던 수컷 아시아코끼리이다. 생애 대부분을 중화민국(대만) 타이베이 시립동물원에서 보냈으며, 대만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은 동물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생애와 역사
린왕은 1917년경 버마(현 미얀마) 지역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1941년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한 이후 중일 전쟁이 제2차 세계 대전의 일부로 확대되면서, 일본군은 버마 전선에서 보급품 운반과 포병 견인 등의 임무에 코끼리들을 동원하였다. 1943년, 린왕은 다른 코끼리 12마리와 함께 중국 원정군에게 포획되었다. 이때 린왕에게는 "아메이"(阿美)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이는 "아름답다"는 뜻이다.
1945년 원정군이 중국으로 소환되면서 린왕을 포함한 코끼리들은 버마 로드를 따라 행진했으며, 이 힘든 여정 중에 코끼리 6마리가 죽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코끼리들은 전쟁 순국자 기념비 건설에 참여했고, 1946년 봄에는 후난성의 기근 구호 자금을 모으기 위한 서커스 공연에도 동원되었다.
이후 코끼리들 중 일부는 베이징, 상하이, 난징, 창사 등의 동물원으로 보내졌고, 린왕을 포함한 세 마리는 광저우의 공원으로 옮겨졌다. 1947년, 쑨리런 장군이 중화민국으로 파견되면서 린왕을 포함한 세 마리의 코끼리를 대만으로 데려갔다. 대만 해협을 건너는 도중 한 마리가 병으로 죽었고, 1951년 다른 한 마리도 죽으면서 린왕은 버마 시절의 원래 13마리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타이베이 동물원 시절
1954년, 린왕은 타이베이의 위안산(圓山) 동물원으로 보내졌다. 이때 사육사는 "아메이"라는 이름이 너무 여성스럽다고 판단하여 "숲의 왕"이라는 뜻의 "린왕"(林王)으로 개명하려 했으나, 한 기자가 이름을 잘못 들어 "린왕"(林旺)으로 보도하면서 이 이름이 굳어졌다.
린왕은 타이베이 동물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이 되었으며, 1983년부터 매년 10월 마지막 일요일에 그의 생일 파티가 열렸다. 1986년 동물원이 무자구로 이전할 때는 많은 타이베이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린왕의 이사를 지켜보았다. 대만에서는 그를 다정하게 "린왕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사망과 유산
2003년 초, 린왕은 왼쪽 뒷다리 관절염과 합병증으로 건강이 악화되었고, 같은 해 2월 26일에 사망하였다. 당시 그의 나이는 약 86세로 추정되며, 이는 일반적인 아시아코끼리의 평균 수명(약 70세)을 크게 넘는 장수였다. 사후에는 타이베이 시장에 의해 명예 타이베이 시민으로 추대되었고, 2004년에는 실물 크기 표본으로 영구 보존되어 타이베이 동물원에 전시되었다.
린왕은 단순한 동물을 넘어 중일 전쟁과 대만의 경제 발전이라는 역사적 사건들을 관통한 문화적 상징으로 평가되며, 여러 세대의 대만인들에게 국가 정체성의 일부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