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은 포유류의 발생 과정이나 세포 배양 과정에서 DNA 메틸화(DNA methylation)와 같은 후성유전학적 표시(epigenetic marks)가 변화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절은 종종 히스톤(histone)의 공유 결합 수정 및 대체와도 관련이 있다.
자연적 리프로그래밍
후성유전학적 표시의 상당 부분(10%에서 100%)이 빠르게(수 시간에서 수일) 리프로그래밍되는 현상은 포유류의 세 가지 생애 단계에서 발생한다. 수정 후 초기 배아 발생 단계에서 부모로부터 전달된 DNA 메틸화 패턴은 대부분 지워졌다가 초기 배아 발생 과정에서 다시 확립된다. 또한 생식세포전구체(primordial germ cells, PGCs) 내에서는 생식세포 형성 중에 탈메틸화가 발생한다. 이 과정은 새롭게 형성된 배아가 전분화능(totipotency)을 갖게 하고 기존의 후성유전학적 특징을 지우는 과정이다.
인공적 리프로그래밍의 역사
리프로그래밍을 처음으로 체외에서 성공시킨 사람은 존 거든(John Gurdon)이다. 그는 1962년 분화된 장상피세포의 핵을 제거된 개구리 난자에 삽입하여 성숙한 체세포를 배아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공로로 그는 2012년 신야 야마나카(Shinya Yamanaka)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야마나카는 2006년 4개의 유전자(Oct4, Sox2, Klf4, c-Myc, 이른바 OSKM 인자 또는 야마나카 인자)를 이용하여 성숙한 체세포로부터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리프로그래밍의 종류
체세포 핵 치환(Somatic Cell Nuclear Transfer, SCNT): 성체 세포의 핵을 핵이 제거된 난자에 이식하여 배아 상태로 리프로그래밍하는 기술이다. 난자는 체세포 핵의 조직 특이적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고 배아 특이적 유전자를 재발현시킨다. 돌리 양이 이 기술로 탄생한 대표적 사례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 리프로그래밍(iPS reprogramming): 성숙한 체세포에 리프로그래밍에 필요한 전사 인자 4가지(Oct4, Sox2, Klf4, c-Myc)를 인위적으로 과발현시켜 만능줄기세포를 유도하는 기술이다. 바이러스, 플라스미드 벡터, mRNA, 단백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다.
세포 융합(Cell Fusion): 두 개 이상의 세포질이 융합하여 하나의 세포막으로 싸인 이핵체(heterokaryon)를 형성하는 방법이다. 우위의 핵이 자신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다른 핵에 강요하여 하위 핵의 유전자 발현 패턴에 변화가 생긴다.
직접교차분화(Direct Conversion): 성숙한 체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상태로 되돌리지 않고 다른 유형의 성숙한 세포로 직접 변환하는 과정이다.
화학적 리프로그래밍(Chemically induced reprogramming): 유전자 도입 없이 구조가 알려진 화합물을 활용하여 세포를 리프로그래밍하는 방법이다.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리프로그래밍의 단계
리프로그래밍은 세 가지 단계로 정의된다: 개시(initiation), 성숙(maturation), 안정화(stabilization). 개시 단계에서는 세포 유형 특정 유전자가 하향 조절되고 다능성 유전자가 상향 조절된다. 성숙 단계에서는 세포가 리프로그래밍 과정을 시작한 요인들로부터 독립할 준비를 한다. 안정화 단계에서는 세포가 완전히 리프로그래밍되어 원래의 체세포 유형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계대 배양이 가능해진다.
활용 분야
리프로그래밍 기술은 질병 모델링(알츠하이머병, 헌팅턴병 등), 재생의학(심장 재생, 간 재생), 약물 개발 및 독성 검사, 유전자 치료, 면역치료(CAR-T 세포), 줄기세포 치료 등 다양한 생의학 연구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배아를 사용하지 않고 줄기세포를 생산할 수 있어 윤리적 문제를 줄이면서도 환자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부분 리프로그래밍(Partial Reprogramming)
최근에는 야마나카 인자를 짧은 시간 동안만 발현시켜 세포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후성유전학적 나이만 되돌리는 '부분 리프로그래밍' 기술이 항노화 연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세포를 완전히 미분화 상태로 되돌리지 않아 암(테라토마) 형성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접근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