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Lūna)는 고대 로마 종교와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여신으로, 달 자체의 신격화된 존재이다. 라틴어 이름 'Lūna'는 '달'을 의미하며, 이는 프랑스어 'Lune', 포르투갈어 'luna', 스페인어 'luna' 등 여러 유럽 언어의 어원이 되었다.
루나는 태양신 솔(Sol)의 여성적 대응자로 여겨졌으며, 종종 함께 숭배되었다. 그리스 신화의 달의 여신 셀레네(Selene)와 동일시되며, 로마 미술과 문학에서 셀레네의 신화는 루나의 이름으로 수용되었다. 대표적으로 목동 엔디미온(Endymion)과의 사랑 이야기는 로마 벽화에서 널리 다루어진 주제였다.
신격과 숭배
로마 학자 바로(Varro)는 루나와 솔을 신격화된 인간이나 보이지 않는 신들과 구별되는 '가시적인 신들(visible gods)'로 분류했다. 또한 루나는 로마의 20대 주요 신(di selecti) 중 하나로 꼽혔으며, 농업에 필수적인 12신 중 하나로도 언급되었다. 마크로비우스(Macrobius)는 루나를 로마의 비밀 수호신 중 하나로 제안하기도 했다.
루나는 때때로 로마의 삼중 여신(diva triformis)의 한 측면으로 표현되기도 했는데, 이 경우 디아나(Diana), 프로세르피나(Proserpina) 또는 헤카테(Hecate)와 함께 묶였다. 다만 루나는 항상 독립된 여신으로 존재한 것은 아니며, 디아나와 유노(Juno) 모두 달의 여신으로 동일시되었기에 루나는 이들 여신의 별칭(epithet)으로 기능하기도 했다.
신전과 제의
루나 숭배는 반전설적인 로마 왕정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비니족의 왕 티투스 타티우스(Titus Tatius)가 루나 숭배를 로마에 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르비우스 툴리우스(Servius Tullius)는 아벤티노 언덕(Aventine Hill)에 디아나 신전 바로 아래에 루나 신전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신전의 건립 기념일(dies natalis)은 매년 3월 31일에 기념되었다. 기원전 182년에는 폭풍으로 신전 문이 날아가 아래쪽의 케레스 신전에 부딪혔다는 기록이 리비우스(Livy)의 저작에 남아 있다. 팔라티노 언덕(Palatine Hill)에는 '밤을 비추는 자(Noctiluna)'라는 이름의 또 다른 루나 신전이 있었다.
도상학
로마 미술에서 루나는 초승달과 두 필의 말이나 소가 끄는 이륜 전차(biga)를 주요 상징으로 지닌다. 그녀는 종종 이마에 초승달을 두르고, 흰 말과 검은 말 한 쌍이 끄는 전차를 타고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이는 달이 낮과 밤 모두에 보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로마 미술에서 루나의 전차는 네 필의 말이 끄는 전차(quadriga)를 타는 태양신 솔과 짝을 이루어 자주 표현되었다. 이러한 도상은 미트라교(Mithraism)의 황소 살해 장면(tauroctony)에서도 나타난다.
호라티우스(Horace)는 기원전 17년에 연행된 《세속가(Carmen Saeculare)》에서 루나를 "두 뿔 가진 별들의 여왕(siderum regina bicornis)"으로 부르며 노래했다.
영향
루나의 이름은 현대 서양 언어에서 '달'을 뜻하는 어휘(프랑스어 Lune, 이탈리아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 luna)의 근원이 되었다. 영어 'lunar'(달의) 역시 이 어원에서 파생되었다. 로마 달력에서 월요일(dies Lunae)은 루나의 날로 명명되었으며, 이는 현대 영어 Monday, 프랑스어 Lundi 등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