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무비(road movie)는 영화의 장르 중 하나로, 주인공이 여행을 떠나 이동하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 사건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영화 형식을 가리킨다. '길(road)'을 뜻하는 영어 단어와 '영화(movie)'의 합성어로, 장소의 이동 자체가 서사의 핵심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다른 장르와 구별된다.
로드 무비의 서사적 기원은 고대 문학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등 영웅이 여정을 떠나는 구조는 로드 무비의 원형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당시에는 장거리 이동이 주로 종교적 수행, 전쟁, 유배, 피난 등 제한된 목적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독립된 장르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현대적 의미의 로드 무비 장르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자동차의 대중적 보급과 함께 정립되었다. 1930~1940년대에도 《어느 날 밤에 생긴 일》(1934), 《설리반의 여행》(1941) 등 자동차를 활용한 로드 무비가 존재했으나, 스튜디오 중심의 촬영 환경으로 인해 본격적인 장르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이후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을 거쳐 현장 촬영과 현실감이 중시되면서 변화가 일어났고, 1960년대에서 1970년대의 뉴 할리우드 시기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 《이지 라이더》(1969), 《허수아비》(1973) 등이 큰 영향을 미치면서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자리 잡았다.
로드 무비의 플롯 구조는 모험물과 유사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모험물이 여정의 목표(보물 찾기, 악당 퇴치, 조난자 구출 등) 달성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로드 무비는 여정 자체와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겪는 내면의 변화와 성장에 중점을 둔다. 로드 무비에서 여정의 목표는 종종 맥거핀에 가깝거나 부차적인 요소로 기능하며, 주인공이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도착하더라도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는 결말이 자주 나타난다. 이는 작품이 관심을 가지는 서사가 '도착'이 아니라 '여정을 통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로드 무비에서 이동 수단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자동차는 중간에 방향 전환이 가능하고 도로를 따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로드 무비의 전형적인 탈것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철도는 선로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열차를 소재로 한 로드 무비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서사에 부차적으로 포함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동 거리도 대륙 횡단 규모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은하철도 999》가 있다.
로드 무비는 특정 분위기나 시각적 스타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배경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주인공이 계속해서 이동한다는 사건 전개 방식의 일종이다. 따라서 서부극, 포스트 아포칼립스, 스페이스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할 수 있으며, 옴니버스 형식의 시리즈물에서도 로드 무비의 성격이 자주 나타난다. 국내외 대표적인 로드 무비로는 《델마와 루이스》(1991), 《매드 맥스》 시리즈, 《노킹 온 헤븐스 도어》(1997), 《내일을 향해 쏴라》(1969), 한국 영화로는 《로드무비》(2002, 김인식 감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