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히는 한국어에서 여러 가지 대상을 지칭하는 동명이의어(同名異義語)이다. 주요 용례는 다음과 같다.
1. 역사·정치: 이스라엘 자유투사(Lehi)
레히(히브리어: לח"י, 로마자: Lehi)는 "이스라엘 자유투사"를 뜻하는 히브리어 두문자어(頭文字語)로, 영국 위임통치령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했던 시온주의 준군사조직이다. 지도자 아브라함 슈테른(Avraham Stern)의 이름을 따서 "슈테른 갱(Stern Gang)"이라고도 불렸다.
- 설립 배경: 1940년 8월 이르군(Irgun)에서 분리되어 설립되었다. 영국군을 팔레스타인에서 무력으로 몰아내고 유대인의 무제한 이주를 통해 유대인 민족국가를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 이념: 슈테른주의, 수정 시온주의, 반제국주의, 국민 볼셰비즘을 표방했으며, 당원 수는 300명 이하로 소규모였다.
- 주요 활동: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 및 이탈리아 왕국과의 동맹을 구상하기도 했다. 1944년에는 국민 볼셰비즘을 공식 이념으로 채택했으나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르군과 함께 데이르 야신 학살에 참여했고, 영국의 중동 담당 장관인 월터 에드워드 기니 남작(모인 경) 암살 등 영국인에 대한 테러를 수행했다.
- 해산 이후: 1948년 5월 29일 이스라엘 정부가 조직원들을 이스라엘 방위군에 채용하고 레히를 해산시켰다. 이후 유엔 중재자 폴케 베르나도테를 암살해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테러조직으로 지정되고 조직원 약 200명이 체포되었으나, 1949년 특사로 모두 풀려났다. 1980년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건국을 위한 투쟁 참여"에 대한 군사훈장인 레히 약장을 제정했다. 1983년에는 전 레히 지도자였던 이츠하크 샤미르가 이스라엘 총리가 되었다.
2. 성경 속 지명: 레히(Lehi)
레히는 구약성경 사사기 15장에 등장하는 지명이다. 히브리어로 "턱뼈"를 뜻한다. 삼손을 잡기 위해 블레셋 사람들이 진을 쳤던 유대 땅의 한 장소로, 삼손이 레히에 이르러 나귀의 턱뼈를 들어 블레셋 사람 1천 명을 무찌른 곳으로 기록되어 있다(삿 15:14~16). 삼손이 승리한 후 이곳을 "턱뼈의 언덕"이라는 뜻의 라맛-레히(Ramath-lehi)라고 불렀다(삿 15:17). 이후 삼손이 목말라 부르짖자 하나님이 그곳에서 샘을 내주셨고, 그 샘은 "부르짖는 자의 샘"이라는 뜻의 엔학고레(En Hakkore)라 이름 붙여졌다(삿 15:18~19). 레히의 정확한 위치는 오늘날 알 수 없으나, 소라(Sorek)와 딤나(Timnah) 인근의 유대 성읍으로 추정된다.
3. 지리: 레히강(Lech)
레히(Lech)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흐르는 강이다. 다뉴브강의 지류로, 오스트리아 포어아를베르크주에서 발원하여 독일 바이에른주를 거쳐 다뉴브강으로 합류한다.
4. 기타
레히(Lehi)는 미국 유타주의 도시인 리하이(Lehi)의 한글 표기로도 쓰일 수 있으며, 그 밖에 다양한 고유명사의 한글 음차 표기로 사용된다.
이와 같이 "레히"는 단일한 대상을 가리키기보다는, 조직 · 지명 · 강 이름 · 지명 등 서로 다른 여러 대상을 이르는 동음이의어이다. 사용되는 맥락에 따라 그 의미를 구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