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Messa da Requiem)은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가 작곡한 대규모 종교 합창곡이다. 정식 명칭은 'Messa da Requiem'이며, '만초니 레퀴엠(Manzoni Requiem)'으로도 불린다.
작곡 배경
베르디의 레퀴엠은 두 명의 위인에 대한 추모에서 비롯되었다. 1868년 선배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Gioachino Rossini)가 사망하자, 베르디는 12명의 작곡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레퀴엽 작곡 프로젝트를 제안하였다. 이 프로젝트에서 베르디는 마지막 곡인 'Libera me'를 맡아 작곡하였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전체 공연은 무산되었고 악보만 남게 되었다.
이후 1873년, 베르디가 깊이 존경하던 이탈리아의 대문호 알레산드로 만초니(Alessandro Manzoni, 1785~1873)가 사망하자, 베르디는 앞서 로시니를 위해 써두었던 'Libera me'를 바탕으로 레퀴엠 전곡을 단독으로 작곡하기로 결심하였다. 만초니 서거 1주기를 맞아 1874년 5월 22일, 밀라노의 산마르코 성당에서 베르디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초연에는 110명의 오케스트라 단원과 120명의 합창단이 동원되었으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사흘 후인 5월 25일에는 라 스칼라 극장에서 재공연이 이루어졌다.
악장 구성
전곡은 라틴어 가사에 의한 가톨릭 진혼 미사 형식을 따르며, 총 7개 악장으로 구성된다. 연주 시간은 약 85~90분 소요된다.
- Requiem et Kyrie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 합창과 4중창
- Sequenza (Dies Irae) (진노의 날) - 9개의 소악장으로 세분화됨
- Dies irae (합창)
- Tuba mirum (합창, 베이스)
- Mors stupebit (베이스)
- Liber scriptus (메조소프라노, 합창)
- Quid sum miser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테너)
- Rex tremendae (독창자들, 합창)
- Recordare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 Ingemisco (테너)
- Confutatis (베이스, 합창)
- Lacrymosa (독창자들, 합창)
- Offertorio (봉헌송) - 4중창
- Sanctus (거룩하시다) - 8성부 이중합창
- Agnus Dei (하느님의 어린양) -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합창
- Lux aeterna (영원한 빛) - 메조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 Libera me (저를 구원하소서) - 소프라노 독창, 합창
음악적 특징
베르디의 레퀴엠은 전통적인 진혼 미사곡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베르디의 극적 표현력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강렬한 리듬, 벨칸토(Bel canto) 풍의 선율, 극적인 대비, 정교한 관현악법이 특징이다. 특히 제2곡 'Dies irae(진노의 날)'는 폭발적인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절규로 최후 심판의 공포를 생생하게 묘사하며, 'Tuba mirum'에서는 무대 밖에 별도의 금관악기 밴드를 배치하여 입체적인 음향 효과를 창출하였다. 또한 카논, 푸가 등 대위법적 기법이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
이 작품은 종교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오페라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당시 독일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성직자 가운을 걸친 베르디의 최신 오페라"라고 평한 바 있다.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오페라"라고赞誉하였다.
편성
독창: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각 1명 합창: 혼성 8성부 합창 관현악: 플루트 3(3번은 피콜로 겸함),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4, 호른 4, 트럼펫 4, 트롬본 3, 오피클레이드(튜바), 팀파니, 베이스 드럼, 현악 5부 무대 밖 악기: 트럼펫 4
의의
베르디의 레퀴엠은 19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종교 합창곡 중 하나로,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베르디의 기법이 집약된 걸작으로 평가된다. 모차르트, 포레, 브람스, 베를리오즈 등의 레퀴엠과 함께 가장 널리 연주되는 레퀴엠 중 하나이며, 오늘날에도 전 세계 공연장에서 자주 무대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