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는 20세기 후반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단편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본명은 레이먼드 클레비 카버(Raymond Clevie Carver)이며, 1938년 5월 25일 미국 오리건주 클래츠케이니에서 태어나 1988년 8월 2일 워싱턴주 포트앤젤레스에서 폐암으로 사망했다.
생애
레이먼드 카버는 제재소 노동자였던 아버지와 식당 종업원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가 세 살 때 가족은 워싱턴주 야키마로 이주했으며, 이 지역은 이후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배경이 된다. 가난한 노동자 계급 출신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제재소, 약국, 병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1957년, 19세의 나이로 16세의 메리앤 버크와 결혼했고, 이듬해 딸 크리스틴과 아들 밴스가 태어났다. 1958년 캘리포니아주 치코주립대학에 입학하여 소설가 존 가드너를 만나 문학적 스승으로 삼았다. 이후 훔볼트주립대학으로 진학하여 1963년 문학사 학위를 받았고, 아이오와 대학의 작가 워크숍에 참여했다.
1967년 편집자 고든 리시를 만나면서 그의 작가 경력에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같은 해 단편 「제발 조용히 해줄래」가 최우수 미국 단편소설에 선정되었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두 차례의 파산과 이혼을 겪었다. 1977년 6월 2일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금주했으며, 이 사실을 자신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여겼다.
1977년 시인 테스 갤러거를 만나 문학적 동반자이자 두 번째 배우자로 삼았다. 1980년 뉴욕 시러큐스대학 정교수로 부임했으며, 이후 1988년 사망할 때까지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문학적 특징과 평가
카버는 '미니멀리즘(minimalism)' 또는 '더티 리얼리즘(dirty realism)'의 대가로 평가된다. 그의 작품은 간결하고 절제된 문체로 노동자 계급, 블루칼라 서민들의 일상적인 삶과 내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극적인 사건이나 반전보다는 일상 속 좌절, 불화, 관계의 단절 등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미국의 체호프'라는 평가를 받으며 1980년대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주도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주요 작품
- 소설집: 《제발 조용히 좀 해요》(1976),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1981), 《대성당》(1983),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사후 출간)
- 시집: 《겨울 불면》, 《물이 다른 물과 합쳐지는 곳》, 《울트라마린》, 《우리 모두》 등
- 대표 단편: 「대성당」,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수집가들」 등
편집 논란
카버의 초기 작품들은 《에스콰이어》지 편집자 고든 리시에 의해 상당한 수준의 편집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뉴욕타임스는 리시가 카버의 원고를 개작에 가깝게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동일한 작품이 편집 전후의 두 가지 버전으로 존재하게 되었으며, 이후 카버의 미수정 원고를 복원한 판본이 별도로 출간되기도 했다.
영향
1993년 로버트 알트만 감독은 카버의 단편들을 모아 영화 《숏 컷》을 제작했다. 2014년 영화 《버드맨》 역시 카버의 단편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