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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메이드

레디메이드(Ready-made)는 미술가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일상적인 기성품을 선택하여 물리적 변형을 거의 가하지 않거나 전혀 가하지 않은 채 예술 작품으로 제시하는 창작 방식 및 그 결과물을 가리키는 미술 용어이다. 영어 'ready-made'는 '이미 만들어진', '기성의'라는 뜻으로, 일반 용어로서는 기성복이나 즉석 식품 등 사전 제작된 제품을 의미하나, 미술사에서는 20세기 초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이 도입한 개념으로 특별히 지칭된다.

개념의 창시와 배경

레디메이드 개념은 마르셀 뒤샹에 의해 19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뒤샹은 1913년 의자 위에 자전거 바퀴를 거꾸로 고정한 《자전거 바퀴》(Bicycle Wheel)를 시작으로, 1914년 와인병 건조대를 그대로 가져온 《병 건조대》(Bottle Rack), 1915년 눈삽에 제목을 붙인 《부러진 팔 앞에》(In Advance of the Broken Arm) 등을 선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1917년 'R. Mutt'라는 가명으로 출품한 남성용 소변기 《샘》(Fountain)이다. 이 작품은 당시 독립 예술가 협회 전시에서 '저속하고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출품이 거부되었으나, 이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게 되었다.

핵심 원리

레디메이드의 핵심은 예술가의 '선택' 행위 자체에 있다. 뒤샹은 예술가가 직접 물체를 제작하는 전통적 방식 대신, 이미 존재하는 기성품을 선택하고 새로운 맥락(전시장, 제목 부여, 서명)에 놓음으로써 그것을 예술 작품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레디메이드의 선택 기준이 미적 즐거움이 아니라 '시각적 무관심'(visual indifference)에 기초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예술 작품의 가치를 장인의 기술이나 미적 완성도가 아닌 개념과 의도에서 찾는 관점의 전환을 의미한다.

영향과 확장

레디메이드는 다다이즘(Dadaism) 운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전개되었으며, 이후 팝 아트, 네오 다다, 개념 미술(Conceptual Art), 미니멀리즘 등 20세기 후반 주요 미술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캠벨 수프 캔》 연작이나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의 《하나이면서 셋인 의자》 등은 레디메이드의 개념적 유산을 계승한 사례로 꼽힌다. 또한 건축 분야에서도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와 같은 건축가들이 산업 생산된 레디메이드 오브제를 건축 공간에 적극적으로 도입한 사례가 연구되고 있다.

비판과 논란

레디메이드는 예술의 정의와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으나, 동시에 비판도 수반했다. 기성품을 단순히 전시하는 행위가 과연 창작 행위인지에 대한 논란, 그리고 예술 시장과 제도를 비판하려던 의도와 달리 레디메이드 작품 자체가 고가에 거래되며 미술 시장의 논리 안에 편입된 모순적 상황이 대표적이다. 또한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예술의 질적 기준을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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