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형식주의(영어: Russian Formalism, 러시아어: Русский формализм)는 191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까지 러시아에서 전개된 문학 이론 및 문학 비평 운동이다. 이 운동은 문학 연구의 초점을 작가의 전기나 사회적·역사적 배경이 아닌, 문학 작품 자체의 언어와 형식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적 배경
러시아 형식주의는 1915년 창립된 모스크바 언어학회(Moscow Linguistic Circle)와 1916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결성된 시적 언어 연구회(OPOYAZ, 오포야즈)를 중심으로 태동하였다. 모스크바 언어학회에는 로만 야콥슨(Roman Jakobson)이, 오포야즈에는 빅토르 쉬클로프스키(Viktor Shklovsky)와 유리 티냐노프(Yuri Tynyanov) 등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당시 러시아 문단을 지배하던 상징주의의 철학적·신비주의적 문학관과, 문학을 사회적 내용의 반영물로 보는 실증주의적·전기적 연구 방식에 반대하며 등장하였다. 러시아 형식주의는 러시아 미래주의 운동의 영향을 받았으며, 문학에 과학적 체계를 부여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핵심 개념
러시아 형식주의의 핵심 개념은 '문학성(literariness, 문학다움)'이다. 이는 문학을 문학이게 만드는 고유한 특성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개념으로, 언어의 시적 기능에서 찾아진다. 빅토르 쉬클로프스키는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 이화 작용)' 개념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일상적 언어가 자동화된 인식을 넘어, 예술 언어가 대상을 낯설게 만들어 지각의 신선함을 되살리는 기법을 의미한다. 쉬클로프스키에 따르면 일상 언어는 자동화(automatization)된 참조 기능을 수행하는 반면, 시적 언어는 자기 지시성(self-reflexivity)을 통해 낯설게 하기를 실현한다.
보리스 토마셰프스키(Boris Tomashevsky)는 '동기부여(motivation)' 개념을 발전시켰으며, 유리 티냐노프는 낯설게 하기가 단순한 장치(device)가 아니라 문학 체계 내에서의 '기능(function)'에 있음을 강조하고, 전경(foreground)과 배경(background)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
시론(詩論)에서 로만 야콥슨은 시를 '일상 언어에 가해진 조직화된 폭력'으로 정의하고, 운율·통사·의미의 긴장 관계를 분석하였다. 산문 이론에서는 파불라(fable, 이야기)와 쉬제(sujet, 플롯)를 구분하여, 동일한 이야기라도 플롯의 구성 방식에 따라 예술적 효과가 달라짐을 밝혔다. 문학사에 관해서는 전통을 단순한 연속이 아닌 '단절의 연속'으로 파악하여, 문학적 계보를 아버지에서 아들이 아닌 조카로 이어지는 비연속적 과정으로 설명하였다.
영향과 소멸
러시아 형식주의는 프라하 언어학파(구조주의), 영미 신비평(New Criticism), 프랑스 구조주의 등 후대 문학 이론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1920년대 중반 이후 레프 트로츠키를 비롯한 마르크스주의 비평가들로부터 문학의 사회적 차원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스탈린 정권 아래에서 정치적 탄압을 받아 1930년대를 전후하여 공식적으로 소멸하였다. 이후 러시아 형식주의의 이론은 체코슬로바키아와 서유럽으로 전파되어 구조주의와 기호학의 토대를 제공하였다.
평가
러시아 형식주의는 문학 연구에 언어학적 방법론을 도입하고 문학의 자율성과 형식적 특성을 강조한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학성을 지나치게 시적 언어와 실험적 작품에 한정한 편향성, 사회·문화적 맥락과의 관계를 간과한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