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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쿤

라쿤(영어: raccoon, 학명: Procyon lotor)은 식육목 라쿤과에 속하는 포유류의 일종이다. 한국에서는 '아메리카너구리' 또는 '미국너구리'로도 불리며, 일본과 중국에서는 '완웅'(浣熊, 씻어먹는 곰)이라고 부른다. 너구리와 외형이 비슷하지만, 너구리는 개과에 속하고 라쿤은 라쿤과에 속하는 전혀 다른 종이다.

어원

'라쿤'(raccoon)이라는 이름은 북아메리카 원주민인 포와탄(Powhatan) 족의 언어에서 유래하였으며, '손으로 긁는 동물'을 의미한다. 이는 라쿤이 앞발을 사용해 먹이를 다루는 독특한 습성에서 비롯된 명칭이다.

분류학적 역사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탐험대가 이 종에 대한 기록을 처음 남긴 이후, 초기 분류학자들은 라쿤을 개, 고양이, 오소리, 특히 곰과 연관 지었다. 칼 린네(Carl Linnaeus)는 1740년 《자연의 체계》(Systema Naturae) 제2판에서 라쿤을 곰속(Ursus)으로 분류하여 '긴꼬리 곰'(Ursus cauda elongata)으로 명명하였고, 1758년 제10판에서는 '씻는 곰'(Ursus Lotor)으로 기록하였다. 1780년 고틀리프 콘라드 크리스티안 슈토르(Gottlieb Conrad Christian Storr)가 라쿤을 별도의 속인 프로키온속(Procyon, '개보다 먼저' 또는 '개처럼'이라는 의미)으로 재분류하였다.

물리적 특징

몸길이는 40~70cm, 꼬리 길이는 20~40cm, 어깨 높이는 23~30cm이다. 몸무게는 서식지에 따라 2~26kg까지 큰 편차를 보이며, 일반적으로 5~12kg 사이이다. 수컷이 암컷보다 15~20% 더 무겁다. 기록된 가장 큰 야생 라쿤은 몸무게 28.4kg, 총 길이 140cm였다. 겨울철에는 지방 저장으로 인해 봄철보다 체중이 두 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

가장 특징적인 신체적 특징은 눈 주위의 검은 털 무늬(반디트 마스크)와 흰색 얼굴 털의 대비이다. 꼬리에는 밝은 고리와 어두운 고리가 번갈아 나타난다. 털은 길고 거칠며 회색 계열이며, 빽빽한 언더퍼(underfur)가 추운 날씨에 대한 단열 역할을 한다. 발톱은 강하고 날카로워 나무에 잘 기어오를 수 있다. 이동 방식은 척행성(plantigrade)이며, 뒷다리로 서서 앞발로 물체를 관찰하는 행동을 보인다. 단거리 최고 속도는 16~24km/h이며, 수영에 능숙하여 몇 시간 동안 물속에 머물 수 있다.

감각

라쿤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은 촉각이다. 앞발은 '과민감성'을 지니며, 젖으면 유연해지는 얇은 뿔층으로 보호된다. 대뇌 피질에서 감각 지각을 담당하는 영역의 약 3분의 2가 촉각 자극 해석에 특화되어 있다. 시력은 색맹에 가깝고 원거리 시력이 좋지 않으나, 망막 뒤의 반사층(tapetum lucidum) 덕분에 황혼 시야에 적응되어 있다. 후각은 종내 의사소통에 중요하며, 항문샘 분비물, 소변, 대변을 이용한 영역 표시를 한다. 청각 범위는 넓어 최대 50~85kHz의 소리와 지하에서 지렁이가 내는 소음도 감지할 수 있다.

지능

라쿤은 높은 지능을 가진 동물로 알려져 있다. 1908년 동물학자 H. B. Davis의 연구에서 라쿤은 13개의 복잡한 자물쇠 중 11개를 10회의 시도만으로 열 수 있었으며, 자물쇠 배열을 변경하거나 거꾸로 뒤집어도 동작을 반복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Davis는 라쿤이 자물쇠 메커니즘의 추상적 원리를 이해하며 학습 속도가 붉은털원숭이(rhesus macaque)와 동등하다고 결론지었다.

서식지 및 분포

캐나다, 미국, 멕시코, 중앙아메리카에 분포한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나, 20세기 초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 여러 국가와 일본, 러시아 등에 도입되어 야생화되었다. 한국에는 외래생물로 지정되어 있다. 주로 숲, 습지, 도시 지역 등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서식한다.

식성 및 사냥 습성

잡식성으로, 식단은 무척추동물 약 40%, 식물성 물질 약 33%, 척추동물 약 27%로 구성된다. 게, 가재, 개구리, 물고기, 도토리, 새알, 옥수수, 과일, 견과류, 작은 설치류 등을 먹는다. 먹이를 물에 씻어 먹는 습성이 유명한데, 이는 사육 환경에서 먹이를 물에 담그는 행동으로 관찰된다. 야생에서는 물속에서 먹이를 잡는 본능이 사육 환경에서 차단되면서 나타나는 행동으로 해석된다.

번식

번식기는 1월 하순에서 3월 중순 사이이며, 일조량 증가가 짝짓기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수컷은 번식기 동안 암컷을 찾아 널리 이동하며 구애 행동을 한다. 교미는 1시간 이상 지속되며 여러 밤에 걸쳐 반복된다. 임신 기간은 약 63일이며, 한 배에 2~7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천적

퓨마, 재규어, 코요테, 늑대, 곰, 울버린, 대형 맹금류, 아메리카악어, 미시시피악어 등이 천적이다.

인간과의 관계

라쿤은 뛰어난 적응력을 바탕으로 도시 지역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서식지를 넓혀가고 있다. 워싱턴 D.C.의 경우 1991년 주택가 근처 서식 개체수가 약 15%였으나 2003년에는 43%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라쿤의 배설물에는 라쿤 회충(Baylisascaris procyonis)이 포함될 수 있어 공중보건상 주의가 필요하다. 성체 라쿤의 약 60%에서 이 기생충이 발견되며, 인간이 알을 섭취하거나 흡입할 경우 신경학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지역에서는 라쿤을 애완동물로 키우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보전 상태

IUCN 적색 목록에서 최소관심(LC, Least Concern) 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현재 절멸위협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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