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르크주의(Lamarckism)는 프랑스의 생물학자 장바티스트 라마르크(Jean-Baptiste Lamarck, 1744~1829)의 이름을 딴 진화생물학 이론이다. 라마르크주의는 생물이 살아있는 동안 환경에 적응한 결과로 획득한 형질(획득 형질)이 다음 세대에 유전되어 진화가 일어난다는 주장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용불용설(用不用說, theory of use and disuse) 또는 획득 형질의 유전(inheritance of acquired characteristics)이라고도 불리며, 최근에는 연성 유전(soft inheritance)이라는 용어로도 지칭된다.
라마르크는 1809년 저서 《동물철학》(Philosophie Zoologique)에서 두 가지 법칙을 제시하였다. 첫째, 동물이 어떤 기관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그 기관은 점차 강화·발달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약화·퇴화한다는 용불용의 법칙이다. 둘째, 이러한 환경의 영향이나 기관의 사용 여부를 통해 개체가 획득하거나 상실한 형질은, 그것이 양성에 공통된 경우 생식을 통해 다음 세대에 보존된다는 법칙이다. 라마르크는 기린이 높은 나뭇잎을 먹기 위해 목을 늘인 결과 그 형질이 자손에게 유전되어 목이 긴 기린이 진화했다는 비유를 들어 이 이론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획득 형질이 유전된다는 개념은 라마르크가 처음 제안한 것이 아니다. 역사학자 콘웨이 저클(Conway Zirkle)에 따르면, 획득 형질의 유전에 대한 믿음은 히포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갈레노스 등 고대부터 2,200년 이상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져 온 개념이었다. 라마르크는 이 오래된 관념을 진화론에 적용하여 체계화한 인물이다.
찰스 다윈 역시 《종의 기원》에서 자연선택을 진화의 주요 기제로 제시하면서도, 용불용에 의한 형질의 유전 가능성을 보조적 기제로 인정하였다. 다윈은 1868년 저서 《가축과 재배식물의 변이》에서 범발생설(pangenesis)이라는 가설을 통해, 신체 각 부위에서 발생하는 미세 입자(정자)가 생식세포에 축적되어 획득 형질이 유전된다고 주장하였다.
19세기 후반, 아우구스트 바이스만(August Weismann)은 생식질 연속설(germ plasm theory)을 제창하며, 생식세포는 체세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바이스만 장벽(Weismann barrier) 개념을 도입하였다. 그는 5세대에 걸쳐 68마리의 생쥐 꼬리를 자르는 실험을 수행했으나, 잘린 꼬리가 유전되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이 실험은 라마르크가 주장한 '사용과 불사용'의 개념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절단(우발적 손상)의 유전을 검증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다.
20세기 초 멘델 유전학의 재발견과 현대 진화 종합(modern synthesis)의 발전으로, 획득 형질의 유전은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에 의해 기각되었다. DNA는 표현형 형성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며, 표현형이 DNA의 구성을 통제하지 않는다는 점이 라마르크주의를 결정적으로 반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20세기 중반에는 소련의 트로핌 리센코(Trofim Lysenko)가 이데올로기적 신라마르크주의(리센코주의)를 주창하며 소비에트 농업 정책에 영향을 미쳤으나, 이는 대규모 농업 실패의 원인이 되었다.
21세기에 들어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발전으로,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도 환경적 요인에 의해 유전자 발현 조절 패턴(메틸화 등)이 변화하고, 이것이 제한된 세대 동안 유전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라마르크주의가 부분적으로 타당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후성유전적 유전은 대개 수 세대를 넘기지 못하며, 자연선택의 통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다윈주의적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진화생물학자 제리 코인(Jerry Coyne) 등은 후성유전적 유전이 진화적 변화의 안정적 기반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라마르크주의는 현대 진화생물학의 주류 이론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문화 진화(cultural evolution) 분야에서는 세대 간 적응적 정보 전달의 기제로서 라마르크적 과정이 적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