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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라'는 한국어에서 하나의 음절이자 여러 문법 기능을 지닌 형태소로, 음악 용어로서의 명사, 조사, 그리고 여러 어미로 두루 쓰인다. 각 용법은 서로 다른 기원과 문법적 성격을 지닌다.

1. 음악 용어로서의 '라'

서양 음악의 칠음계(도레미파솔라시)에서 여섯 번째 음을 가리키는 계이름이다. 장조 음계에서 여섯 번째 음, 단조 음계에서 첫 번째 음(으뜸음)에 해당한다. 고정된 음이름으로는 영어권의 'A'에 대응하며, 국내 음이름 표기로는 '가'에 해당한다. 관현악단이 연주 전에 조율할 때 기준음으로 사용하는 '라'음은 440Hz의 주파수를 가지는 것으로 국제적으로 표준화되어 있다.

계이름 '라'의 어원은 11세기 이탈리아의 음악 이론가 귀도 다레초(Guido d'Arezzo)가 고안한 솔페지오 체계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성 요한 세례자 찬미가인 'Ut queant laxis'의 각 소절 첫 음절에서 'ut(후에 do로 변경), re, mi, fa, sol, la'라는 여섯 개의 계이름을 도출하였는데, '라'는 해당 찬가의 라틴어 가사 'Solve polluti labii reatum' 중 'labii'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이름은 상대적인 음의 위치를 나타내는 방식이므로, 조성이 달라지면 실제 음높이는 변한다. 이와 달리 고정된 절대적 음높이를 나타내는 '음이름'과는 구별된다.

2. 조사로서의 '라'

인용격 조사 '-라고'의 준말로 쓰인다. 앞에 든 말을 직접 받아 인용할 때 사용하며, 구어에서 '-라고'가 줄어든 형태이다. 예를 들어 '내가 언제 "부정선거"라 말했어?'와 같이 쓰인다.

3. 종결 어미로서의 '라'

(가) 하라체 명령 종결 어미: 받침 없는 동사 어간, 'ㄹ' 받침인 동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 붙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청자나 독자에게 책 따위의 매체를 통해 명령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 쓰인다. '맞는 답을 골라 쓰라', '너 자신을 알라'와 같은 용례가 있다.

(나) 예스러운 서술 종결 어미: '이다', '아니다'의 어간이나 어미 '-으시-', '-더-', '-으리-' 뒤에 붙어, 예스러운 표현으로 해라할 자리에서 현재의 사건이나 사실을 서술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 쓰인다. '그는 성은 홍이요, 이름은 길동이라'와 같은 고전적 문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4. 연결 어미로서의 '라'

(가) 까닭이나 근거 따위를 나타내는 연결 어미로 쓰인다. '장마철이라 비가 자주 내린다', '제가 바보라 그렇습니다' 등의 용례가 있다.

(나) 앞 절의 내용이 뒤 절의 내용과 대조적임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로도 쓰인다. '그 일은 철수가 한 게 아니라 영희가 한 거야'와 같은 용례에서 확인된다.

5. 인용 어미로서의 '라'

간접 인용절에 쓰여, 인용되는 내용이 못마땅하거나 귀찮거나 함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도 쓰인다. 흔히 인용문의 주어나 인용 동사가 생략되고 인용절만 남을 때가 많다.

이와 같이 '라'는 한국어에서 음악적 명칭, 조사, 종결 어미, 연결 어미, 인용 어미 등 다양한 문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다기능 형태소이다. 음악 용어로서의 용법은 서양 솔페지오 체계에서 유래한 외래적 개념이고, 문법 형태소로서의 용법은 한국어 고유의 문법 체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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