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랑 나흐 오스텐(독일어: Drang nach Osten)은 독일어로 '동방으로의 충동' 또는 '동방으로의 진출'을 의미하는 역사적 용어로, 19세기 독일 민족주의 운동에서 슬라브 민족이 거주하는 중부 및 동부 유럽 지역으로 독일의 영토를 확장하려는 개념을 가리킨다. 이 용어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에 걸쳐 독일의 팽창주의 정책을 설명하는 정치적 슬로건으로 사용되었다.
어원 및 기원
이 용어의 첫 번째 사용은 1849년 폴란드 기자 율리안 클라츠코(Julian Klaczko)가 독일 역사가 게오르크 게르비누스(Georg Gervinus)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클라츠코가 정확히 'Drang nach Osten'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 아니면 유사한 의미의 'Zug nach Osten'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에 약간의 논란이 존재한다. 이 용어는 영어, 폴란드어, 러시아어, 체코어 등 다른 언어에서도 독일어 원형 그대로 사용된 점이 특징이다.
역사적 배경
드랑 나흐 오스텐의 개념은 중세 독일의 동방식민운동(Ostsiedlung, 오스트지들룽)과 연결된다. 12세기부터 13세기 사이, 신성 로마 제국의 라인란트, 플랑드르, 니더작센 등지에서 인구 증가로 인해 발생한 잉여 인구가 인구 밀도가 낮은 동유럽 지역으로 이주한 현상이 그 시초이다. 이 이주는 슬라브계 왕과 공작, 그리고 중세 교회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으며, 이후 튜턴 기사단(Teutonic Knights)이 발트 해 남부 지역을 점령하고 기독교로 개종시키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18세기 후반 프로이센 왕국, 오스트리아 제국, 러시아 제국에 의한 폴란드 분할 이후, 프로이센은 폴란드 서부 영토를 획득하고 해당 지역에서 독일화 정책(Germanisation)을 추진하였다.
19세기 독일 민족주의와의 관계
1891년 범독일연맹(Alldeutscher Verband, 알도이처 페어반트)이 창설되면서 "오래된 드랑 나흐 오스텐을 부활시켜야 한다(Der alte Drang nach dem Osten soll wiederbelebt werden)"는 구호가 등장하였고, 이 용어는 독일 민족주의 운동의 핵심 슬로건으로 자리잡았다. 동시에 슬라브 세계, 특히 폴란드와 러시아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이 용어가 독일의 팽창주의와 동유럽 지배 의도를 비판하는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나치 독일과 레벤스라움 개념
아돌프 히틀러는 《나의 투쟁》(Mein Kampf)에서 드랑 나흐 오스텐을 독일 민족의 재조직 계획의 핵심 요소로 제시하며 "우리 민족의 혈관은 동쪽으로, 오직 동쪽으로만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치 독일은 이 개념을 레벤스라움(Lebensraum, 생존 공간) 정책과 결합하여 동유럽 침략을 정당화하였다. 1938년 주데텐란트 위기 당시 나치 독일은 체코를 "드랑 나흐 오스텐에 대한 슬라브 최후의 보루"라고 칭하는 선전을 사용하기도 했다. 나치 독일이 수립한 동방총계획(Generalplan Ost, 게네랄플란 오스트)은 점령지의 슬라브 토착민을 추방하고 독일인을 이주시켜 식민지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이후, 1945년 포츠담 회담의 결정에 따라 오데르-나이세 선 동부 지역에 거주하던 독일인들이 추방되면서 동방식민운동(Ostsiedlung)은 사실상 종결되었다. 이로 인해 드랑 나흐 오스텐은 역사적 개념으로만 남게 되었다.
드랑 나흐 베스텐(Drang nach Westen)
드랑 나흐 오스텐의 연장선상에서, 독일 민족주의자들은 폴란드가 서쪽으로 영토를 확장하려 한다는 의미의 '드랑 나흐 베스텐' 개념을 제기하여 이에 대응하고자 하였다. 이는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베르사유 조약으로 독일이 동부 영토를 상실하고 폴란드 제2공화국이 수립된 상황에서 독일 내 보수·민족주의 세력 사이에서 유포된 개념이다.
드랑 나흐 오스텐은 중세의 인구 이동에서 비롯되어 19세기 민족주의, 20세기 나치즘의 팽창 정책에 이르기까지 독일과 동유럽 관계의 복잡한 역사를 함축하는 개념으로, 오늘날에도 역사학계에서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