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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고딕물

도시 고딕물(영어: Urban Gothic)은 산업혁명기 또는 산업혁명 이후의 도시 사회를 무대로 하는 고딕물(Gothic fiction)의 하위 장르이다. 19세기 중반 영어권 국가(영국, 미국, 아일랜드)에서 그 기초가 마련되었으며, 이후 문학, 영화, 텔레비전, 그래픽 노블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었다.

기원 및 역사

초기 고딕 소설은 시골 또는 중세 성(城)과 같은 전원적ㆍ고립된 공간을 배경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영국 런던을 비롯한 대도시 자체가 미지의 위험과 공포가 도사리는 공간으로 재인식되었다.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올리버 트위스트』(1837~1838)와 『황폐한 집』(1854)은 당시 도시 빈민가의 어둡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였으며, 특히 『황폐한 집』은 도시 안개(urban fog)를 고딕적 분위기 조성의 핵심 요소로 도입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도시 고딕물은 고딕 문학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19세기 대표작

본격적인 도시 고딕물의 정립은 1880년대 이후 빅토리아조 말기(fin de siècle)에 이루어졌다. 주요 대표작으로는 다음과 같은 작품들이 꼽힌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1886) - 런던을 배경으로 이중성(double)과 도시의 숨겨진 어둠을 탐구.
  •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890) - 런던 상류사회와 하층민 공간의 대비를 통해 도시적 불안을 형상화.
  •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드라큘라』(1897) - 트란실바니아에서 시작된 공포가 근대 런던으로 옮겨오는 구조를 취함.
  •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의 『오페라의 유령』(1909~1910) - 파리를 배경으로 한 도시 고딕물의 사례.

20세기 이후의 전개

20세기에 들어 도시 고딕물은 남부 고딕물(Southern Gothic)과 교외 고딕물(Suburban Gothic)이라는 하위 장르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 이후에는 앤 라이스(Anne Rice)의 『뱀파이어 연대기』(Vampire Chronicles) 시리즈, 포피 Z. 브라이트(Poppy Z. Brite)의 작품 등이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도시 고딕물의 전통을 부활시켰다. 또한 프랭크 밀러(Frank Miller)의 『배트맨』(1986), 『씬 시티』(Sin City), 제임스 오버(James O'Barr)의 『더 크로우』(The Crow), 앨런 무어(Alan Moore)의 『프롬 헬』(From Hell) 등 그래픽 노블과 코믹스 장르에서도 도시 고딕적 미학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영화 분야에서는 1995년작 『세븐』(Seven)이 도시의 어둡고 타락한 풍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로 꼽히며, 2022년작 『더 배트맨』(The Batman) 역시 유사한 미학을 계승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21세기 - 뉴 어반 고딕(New Urban Gothic)

최근 학계에서는 기존의 서구 대도시 중심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도시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뉴 어반 고딕'(New Urban Gothic)의 흐름이 논의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를 배경으로 한 샌디 탄(Sandi Tan)의 『검은 섬』(The Black Isle, 2012),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 『쑤저우 허』(Suzhou River, 2000), 차이나 미에빌(China Miéville)의 『더 시티 앤 더 시티』(The City and the City)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특징

도시 고딕물은 자연이나 전원이 아닌 산업화된 근대 도시를 공포와 불안의 장으로 설정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통적 고딕물과 구별된다. 도시의 빈민가, 어두운 뒷골목, 안개에 뒤덮인 거리, 계층 간의 극명한 대비, 근대 과학과 초자연적 요소의 혼재, 정체성의 분열과 이중성 등이 주요 주제와 모티프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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