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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강간 약물

데이트 강간 약물(Date Rape Drug)은 타인에게 몰래 투여하여 신체적·정신적 기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거나 의식을 잃게 만든 후, 성폭행이나 강간 등 범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물을 통칭한다. 이 용어는 주로 두 사람이 데이트하는 상황에서 약물이 사용된 사례가 알려지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으나, 실제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데이트 관계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학술적으로는 '약물 이용 성범죄(Drug-Facilitated Sexual Assault, DFSA)'라는 용어가 보다 정확한 표현으로 간주된다.

데이트 강간 약물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물질로는 감마 하이드록시뷰티르산(GHB, 일명 '물뽕'), 플루니트라제팜(로히프놀), 케타민, 졸피뎀(스틸녹스) 등이 있다. 이들 약물은 대부분 중추신경계를 억제하는 작용을 가지며, 무색·무취·무미하여 음료에 섞여도 쉽게 감지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섭취 후 15~30분 이내에 효과가 나타나며, 근이완, 판단력 저하, 기억상실, 의식 소실, 운동 기능 상실 등을 유발한다. 알코올과 함께 복용할 경우 그 효과가 더욱 증폭되어 호흡 곤란,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NFS)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약물 이용 성범죄 감정 건수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검출되는 약물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2014~2018년 국내 성범죄 사건에서 검출된 약물로는 졸피뎀, 로라제팜, 클로나제팜, 플루니트라제팜, 케타민, GHB, 디펜히드라민 등이 보고되었다. 2016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천연 알칼로이드계 물질인 스코폴라민이 성범죄 피해자의 생체 시료에서 검출된 사례가 보고되기도 하였다.

해외에서는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이 비교적 일찍 이루어졌다. 미국은 1996년 '약물 유발 강간 방지 및 처벌법(Drug-Induced Rape Prevention and Punishment Act)'을 제정하고, 2000년 '데이트 강간 약물 금지법(Hillory J. Farias and Samantha Reid Date-Rape Drug Prohibition Act)'을 시행하여 GHB, 케타민, 플루니트라제팜 등의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에 대해 가중 처벌하고 있다. 영국은 2003년 성범죄법(Sexual Offences Act 2003) 제61조를 통해 약물 투여 자체를 별도의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다. UN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2011년 약물 이용 성범죄 법의학 분석 가이드라인을 발간하였다.

데이트 강간 약물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체내 잔류 시간이 매우 짧아(예: GHB는 12시간 이내, 플루니트라제팜은 36~72시간) 범죄 입증이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GHB의 경우 인체 내에서 자연적으로도 미량 생성되는 내인성 물질이어서 외부 투약 여부를 증명하기가 더욱 까다롭다. 이로 인해 실제 범죄 발생 건수에 비해 신고 및 기소율이 낮은 편이며, 피해자가 범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암수범죄(暗數犯罪)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형법상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는 강간죄(형법 제297조), 준강간죄(형법 제299조), 강간치상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 2017년 대법원은 졸피뎀을 복용하게 하여 강간한 사안에서 약물 투여로 인한 생리적 기능 훼손을 상해로 인정하여 강간치상죄를 적용한 바 있다(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3196 판결). 그러나 약물의 종류를 특정할 수 없거나 피해자의 기억이 온전하지 않은 경우 기소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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