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국제단위계(SI, Système International d'Unités)를 법정 계량 단위로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다. 법적 근거는 「국가표준기본법」 및 「계량에 관한 법률」 이며, 국가기술표준원(KATS)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관련 업무를 관장한다.
법정단위의 체계
대한민국의 법정단위는 기본단위, 유도단위, 보조단위, 특수단위로 구분된다. 기본단위는 국가표준기본법 제10조에 규정된 7개 단위로, 길이의 미터(m), 질량의 킬로그램(kg), 시간의 초(s), 전류의 암페어(A), 열역학적 온도의 켈빈(K), 물질량의 몰(mol), 광도의 칸델라(cd) 이다. 이들 기본단위의 정의는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정한 바에 따른다. 유도단위는 기본단위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며(예: m², m/s, kg/m³), 보조단위는 십진배수 또는 분수를 나타내는 접두어(밀리 m, 킬로 k 등)를 붙인 단위, 특수단위는 특수 용도에 허용된 단위(해리, 헥타르 등)이다.
역사적 배경
한반도에서는 고대부터 중국 대륙 문화의 영향을 받은 도량형이 사용되었다. 고구려는 35.51cm를 1자로, 신라는 주척(周尺) 20.45cm를 1자로 사용했으며, 고려시대에는 19.42cm를 기준으로 하는 고유한 고려척(十指尺)이 제정되어 일본 도량형 제도의 기초가 되기도 하였다. 조선시대 세종대왕 때는 길이, 부피, 무게뿐 아니라 시간 측정을 위한 해시계 등 독자적인 도량형기가 개발되었다.
근대적 계량 제도는 1902년(광무 6년) 도량형규칙 제정과 함께 미터법이 처음 도입되었고, 1905년 대한제국 법률 제1호로 도량형법이 공포되었다. 그러나 1909년 개정을 거치면서 일본식 척관법(尺貫法)이 도입되었다. 광복 후 1961년 계량법(법률 제615호)이 제정되어 조선도량형령을 폐지하고 SI 단위를 법정단위로 채택하였으며, 1964년 1월 1일부터 미터법이 전면 시행되었다. 1999년에는 국가표준기본법이 제정되어 SI 단위 체계가 더욱 공고히 자리잡았다.
전통 단위(척관법)와 비법정단위
과거 사용되던 한국 고유의 측정 단위로는 길이의 자(尺), 치(寸), 리(里), 넓이의 평(坪), 부피의 되(升), 말(斗), 섬(石), 무게의 근(斤), 관(貫), 돈 등이 있다. 이들은 현재 법정단위가 아니며, 「계량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거래·증명·광고에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다만 일부 생활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전통 단위의 SI 단위 환산값은 다음과 같다:
- 1 자(尺) = 10/33 m ≈ 0.30303 m
- 1 리(里) = 36 정(町) = 약 3.927 km (일본식 척관법 기준). 다만 1902년 도량형규칙 당시 1리는 420m로 정의된 바 있어, '삼천리 반도'의 리는 이 값(약 420m)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 1 평(坪) = 400/121 m² ≈ 3.3058 m²
- 1 되(升) = 2401/1331000 m³ ≈ 1.8039 L
- 1 말(斗) = 10 되 ≈ 18.039 L
- 1 섬(石) = 10 말 ≈ 180.39 L
- 1 관(貫) = 3.75 kg
- 1 근(斤) = 600 g (160 돈)
- 1 돈 = 3.75 g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평'과 '돈'은 한국 고유의 전통 단위가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일본을 통해 도입된 단위이며, 1961년 사용이 금지되었음에도 관행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비법정단위 사용 금지와 예외
계량에 관한 법률은 비법정단위로 표시된 계량기나 상품의 제조·수입을 금지하며, 비법정단위를 거래·증명·광고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다만 수출물품, 선박·항공기·군용물품, 연구·개발용 물품 등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단위(인치, 피트, 마일, 파운드, 온스 등)에 대해서도 국제관례에 따라 일부 예외가 적용된다.
국제적 맥락
대한민국은 1959년 국제미터협약에 36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였고, 1978년 국제법정계량기구(OIML)에 가입하였다. 현재 SI 단위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국가는 미국, 라이베리아, 미얀마 세 곳뿐이며, 대한민국은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단위계를 법정 계량 단위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