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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화

개요

대상화(對象化, 영어: Objectification)는 한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를 이해하고 규정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인간성이나 인격적 존엄성이 사라지고 사물이나 대상, 물건의 형태로 취급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인식론, 윤리학, 미학, 사회학, 여성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논의되어 왔다.

학문적 정의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은 대상화(객체화)가 성립하는 조건으로 다음의 일곱 가지 요소를 제시하였다.

  1. 도구성(Instrumentality) — 타인을 어떤 목적을 위한 도구로 다루는 것
  2. 자율성 부인(Denial of autonomy) — 타인에게 자기결정권이 없는 것처럼 다루는 것
  3. 부동성(Inertness) — 타인에게 행위 능력(agency)이 없다고 보는 것
  4. 교체성(Fungibility) — 타인이 다른 대상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보는 것
  5. 침범가능성(Violability) — 타인의 경계를 침해해도 무방하다고 여기는 것
  6. 소유성(Ownership) — 타인을 소유하거나 사고 팔 수 있다고 여기는 것
  7. 주체성 부인(Denial of subjectivity) — 타인의 경험이나 감정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는 것

이후 철학자 레이 랭턴(Rae Langton)은 여기에 세 가지 하위 특성 — 신체로의 환원, 외양으로의 환원, 침묵화(silencing) — 을 추가하였다.

철학적 배경

이 개념을 철학적으로 처음 본격적으로 논의한 인물은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이다. 칸트는 성욕이 본질적으로 대상화를 필요로 하는 강력한 욕망이며, 성적 흥분 상태에서 타인은 자율성과 주체성을 부정당하고 신체의 일부 또는 대상으로 축소된다고 보았다. 마르크스주의 전통에서는 사회관계의 대상화가 물화(物化, reification) 개념으로 다루어지며,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인간 관계와 노동이 상품처럼 취급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용어 구분

'대상화'는 유사 개념들과 구분하여 사용된다. '사물화'는 철학에서 물신화(reification)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고, '타자화(他者化)'는 '우리-그들' 구분법에서 특정 대상을 '우리'가 아닌 존재로 규정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상품화(commodification)'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나 동의어는 아니다. 한국어에서는 '대상화'와 '객체화'가 거의 같은 의미로 혼용되며, 위키백과에서는 '객체화' 문서가 이 개념을 다루고 있다.

사회문화적 논의

현대에 들어 대상화 개념은 특히 여성의 성적 대상화(sexual objectification) 논의에서 두드러지게 사용된다. 바바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과 토미앤 로버츠(Tomi-Ann Roberts)는 1997년 '대상화 이론(Objectification Theory)'을 제안하여, 여성과 소녀가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자신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내면화(self-objectification)하는 과정과 그로 인한 심리적 영향(신체 불안, 섭식 장애, 우울 등)을 분석하였다.

모든 대상화가 본질적으로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누스바움은 앞서 제시한 일곱 가지 조건 중 하나가 충족되더라도 맥락에 따라 윤리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관련 분야

대상화 개념은 여성학과 젠더 연구 외에도 장애 연구, 문화 연구, 미디어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장애 연구에서는 장애인이 권력 기관을 통해 삶의 주체보다 서비스나 시혜의 객체로 취급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이 개념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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