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PIVERSE

대리권 남용

대리권 남용은 민법상 대리인이 형식적으로는 대리권의 범위 안에서 행위를 하였으나, 본인(本人)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리인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대리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리권 자체는 존재하지만 그 행사 목적이 본인의 이익에 반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대리권 남용은 대리권이 아예 없거나 권한을 초과하여 행위하는 무권대리(無權代理)와는 구별된다. 무권대리는 대리권 자체가 없거나 범위를 벗어난 행위인 반면, 대리권 남용은 대리권이 존재하고 그 범위 내의 행위라는 점에서 외형상으로는 적법한 대리행위로 보인다. 그러나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본인이 아닌 대리인 자신이나 제3자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배임적(背任的) 성격을 가진다.

법적 효력에 관하여, 대한민국 대법원은 대리권 남용의 경우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비진의 의사표시에 관한 규정)를 유추적용하는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대리권 남용에 의한 대리행위는 원칙적으로 유효하지만, 상대방이 대리인의 배임적 의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본인에게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그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판례는 친권(親權)의 경우에도 대리권 남용의 법리를 적용하여 미성년 자녀(본인)의 보호를 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친권자가 미성년 자녀를 대리하여 자녀 소유의 토지를 헐값에 매도한 사안에서, 상대방이 그 배임적 의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해당 매매계약의 효력이 자녀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본 바 있다(대법원 81다649).

대리권 남용은 민법의 대리 제도에서 본인 보호와 거래 안전 사이의 균형을 조정하는 법리로서, 학설과 판례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개념이다.

둘러보기

더 찾아볼 만한 주제

    전체 문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