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탈출은 행성 대기에 포함된 기체 분자들이 행성의 중력장을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행성 대기의 조성과 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과정이다.
대기 탈출의 가장 대표적인 메커니즘은 영국 천문학자 제임스 호프우드 진스(James Hopwood Jeans)의 이름을 딴 진스 탈출(Jeans escape)이다. 기체 분자의 평균 속도는 온도에 따라 결정되지만, 분자 간 충돌 과정에서 개별 분자의 속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분자들의 운동 에너지 분포는 맥스웰 분포(Maxwell distribution)로 기술되는데, 이 분포의 긴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매우 빠른 속도를 가진 분자들은 행성의 탈출 속도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러한 분자가 대기권 상층부에서 평균자유이동경로가 높이척도 수준에 달하는 높이까지 올라가면 대기를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기체 분자의 질량이 클수록 주어진 온도에서 평균 속도가 낮아 탈출 속도에 도달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따라서 수소나 헬륨과 같은 가벼운 기체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무거운 기체보다 더 쉽게 대기를 빠져나간다. 또한 행성의 질량이 클수록 탈출 속도가 커져 대기 탈출이 어려워진다. 지구 대기에는 수소와 헬륨이 매우 적은 반면, 거대 가스 행성에 이들 기체가 풍부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행성과 모항성 사이의 거리도 중요한 요인으로, 항성에 가까운 행성일수록 대기 온도가 높아 분자들의 속도 분포가 높은 쪽으로 치우쳐 탈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압력과 온도가 충분히 높은 대기에서는 유체역학적 탈출(hydrodynamic escape)이라는 또 다른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열 에너지가 누적되어 생기는 압력 차이로 인해 대기가 바람처럼 우주로 흘러나가는 방식이며, 이 경우 일반적으로 탈출하기 어려운 무거운 분자들도 함께 쓸려나갈 수 있다. 유체역학적 탈출은 일부 뜨거운 목성(HD 209458 b, HD 189733 b)이나 뜨거운 해왕성(GJ 436 b) 등 항성에 매우 가까이 있는 외계 행성에서 관찰된 바 있다.
대기 탈출은 행성의 대기 조성과 기후 변화, 나아가 행성 자체의 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성과 화성의 극단적으로 다른 대기 조건은 각각의 과거 대기 탈출 이력과 상호작용한 결과로 설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