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간(幢竿)은 한국의 불교 사찰에 설치되었던 시설물로, 사찰 입구에 세워 법회나 기도 등의 행사가 있을 때, 또는 불전(佛殿)을 장엄하게 하기 위하여 '당(幢)'이라는 이름의 깃발을 내거는 기둥이다. 당(幢)은 불화를 그린 기(旗)를 의미하며, 당간은 이러한 깃발을 달아두는 장대에 해당한다.
용도와 기능
당간은 절의 경계에 세워 신성한 사찰 지역임을 나타내는 표지 역할을 하였다. 불교 의식이나 법회가 있을 때 깃발을 걸어 행사를 알리고, 사찰 주변에 신성한 영역이 있음을 표시하는 기능을 담당하였다. 또한 파사현정(破邪顯正), 즉 사도(邪道)를 파괴하고 정법(正法)을 드러낸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형태와 재질
당간은 일반적으로 10미터 이상의 높이로 제작되었으며, 초기에는 지름 약 30센티미터 정도의 나무로 만들어졌으나, 이후에는 철·구리·돌 등으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고려도경』 흥국사조(興國寺條)에 따르면 고려시대 개성 흥국사에는 높이가 약 30여 미터에 달하는 동주당간(銅鑄幢竿)이 있었고, 당간 표면에 황금칠을 하고 정상에 봉황 머리 장식을 하였으며 비단으로 된 당을 걸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간의 정상부에는 보개(寶蓋)·보주(寶珠) 등의 장식이 올려졌다.
당간이 움직이거나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당간의 좌우 양쪽에 세우는 지주를 당간지주(幢竿支柱)라고 하며, 당간의 아랫부분에는 육중한 당간을 받치기 위해 연화문을 조각한 받침돌이나 기단 형식의 대(臺)를 놓았다.
역사적 배경
당간은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불교가 국가 종교로 자리 잡은 고려시대에 보편화되었다. 이후 점차 풍수지리설이나 도참설(圖讖說)과 결합되었으며, 숭유억불 정책이 시행된 조선시대에는 당간을 세우는 곳이 크게 줄어들었다. 한편 당간은 사찰에서 읍치당간(邑治幢竿)으로 변모하면서 '진대', '짐대' 등의 명칭으로도 불리게 되었다. 일부 학설에 따르면 당간지주는 한국 불교 국가 중에서도 한국에서 독특하게 나타난 형태로, 불교 도입 이전의 소도(蘇塗)·장승 사상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현존 유물
당간은 주로 나무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그 유물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현재 남아 있는 대표적인 유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청주 용두사지 철당간(국보 제41호): 철제 당간으로, 20개의 원통형 주철을 상하가 서로 물리게 쌓아올렸다. 당간에 양주(陽鑄)된 용두사당간기(龍頭寺幢竿記)에 따르면 962년(광종 13)에 주조되었으며, 애초에는 30단의 주통으로 높이가 60자(약 18.18m)였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된다.
- 공주 갑사 철당간(보물 제256호): 통일신라시대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 나주 동점문 밖 석당간(보물 제505호): 고려시대 작품으로, 팔각의 보개와 보주 장식이 남아 있다.
- 담양 객사리 석당간(보물): 고려시대 작품으로, 금속제 보륜(寶輪)이 이중으로 장식되고 풍경(風磬) 장식이 늘어져 있다.
또한 안성 칠장사에 철제당간이 남아 있으며,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에서 발견된 금동제 당간용두식(金銅製幢竿龍頭飾)이 호암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어 당간의 장식 형태를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당간과 당간지주는 한국 불교 문화와 사찰 건축의 중요한 요소로, 오늘날에도 많은 사찰 유적지에서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