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컴퓨터(영어: NeXT Computer, 정식 명칭 NeXT Computer System)는 미국의 컴퓨터 기업 NeXT가 1988년부터 개발·판매한 워크스테이션급 개인용 컴퓨터이다. NeXT, Inc.는 1985년 애플의 공동 창업자였던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퇴사한 뒤 설립한 기업으로, 넥스트 컴퓨터는 이 회사의 첫 번째이자 주력 제품으로 출시되었다. 이 문서에서는 해당 기종과 이를 생산한 회사의 역사를 함께 개괄한다.
출시 배경과 설립
1985년 애플에서 경영권 투쟁 끝에 밀려난 스티브 잡스는 같은 해 9월 애플을 떠나 새 컴퓨터 회사를 설립할 의사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애플의 일부 직원들이 잡스와 함께 퇴사하면서 애플은 잡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 소송은 이후 재판 전에 종결되었다. 새 회사는 고등교육 시장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으며, 처음에는 '넥스트(NeXT)'라는 사명 대신 별도의 이름으로 시작했다가 이후 그래픽 디자이너 폴 랜드가 디자인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함께 'NeXT'라는 사명으로 확정되었다.
하드웨어 사양
넥스트 컴퓨터는 모토로라 68030 중앙처리장치(25MHz)와 모토로라 68882 부동소수점 연산 보조 프로세서, 모토로라 56001 디지털 신호 처리 프로세서(DSP)를 장착하였다. 메모리는 기본 8MB에서 최대 64MB까지 확장이 가능했으며, 주 저장 장치로는 캐논이 제조한 256MB 용량의 광자기(MO) 드라이브를 최초로 채택한 컴퓨터로 알려져 있다. 17인치 1120×832 픽셀의 4단계 그레이스케일 모니터 '메가픽셀'을 기본 제공하였다. 본체 케이스는 한 변이 약 30.5cm(1피트)인 다이캐스트 마그네슘 합금 정육면체 형태로 설계되어 '더 큐브(The Cube)'라는 별칭으로 불렸으며, 디자인은 하르트무트 에슬링거와 프로그 디자인 사가 담당하였다.
운영체제와 특징
넥스트 컴퓨터에는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개발된 마이크로커널 '마흐(Mach)'와 BSD 계열 유닉스를 기반으로 한 넥스트스텝(NeXTSTEP) 운영체제가 탑재되었다. 이 운영체제는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 환경과 디스플레이 포스트스크립트(DPS) 기반의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어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개발 환경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스티브 잡스는 이 제품의 목적에 대해 "스탠퍼드의 어떤 학생이 기숙사 방에서 암을 치료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출시와 시장 성과
넥스트 컴퓨터는 1988년 10월 1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화려한 초청 행사에서 공개되었으며, 기본 가격은 6,500달러였다. 초기에는 미국의 고등교육 기관을 중심으로 한정 판매되었다가 1990년 소매 시장에 9,999달러에 출시되었다. 비록 전문가들로부터 혁신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나, 높은 가격과 고등교육 시장 외의 수요 부족으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였다. 전체 기간 동안 넥스트 컴퓨터 및 후속 기종을 합쳐 약 5만 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속 기종과 회사의 전환
1990년에는 넥스트 컴퓨터의 개량형인 넥스트큐브(NeXTcube)와 보다 저렴한 모델인 넥스트스테이션(NeXTstation)이 출시되었다. 이들은 모토로라 68040 프로세서를 탑재하여 더 빠르고 저렴했으며, 컬러 그래픽 지원이 추가되었다. 1993년 넥스트는 하드웨어 사업에서 철수하고 회사명을 넥스트 소프트웨어(NeXT Software, Inc.)로 변경하여 소프트웨어 사업에 집중하였다. 이 과정에서 넥스트스텝 운영체제의 응용 계층을 분리한 오픈스텝(OpenStep) 사양이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와의 협력으로 개발되었으며, 웹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인 웹오브젝츠(WebObjects)도 출시되었다.
애플 인수와 유산
1996년 12월 애플이 넥스트를 인수하기로 합의하였고, 1997년 2월 인수가 최종 완료되었다. 인수 금액은 약 4억 2,700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 이로써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 복귀했으며, 이후 애플의 CEO로 취임한다. 넥스트의 넥스트스텝 기술은 애플의 차세대 운영체제인 라피소디(Rhapsody)와 맥 OS X(현 macOS)의 기반이 되었다. 넥스트스텝에서 유래한 객체 지향 개발 환경과 '독(Dock)' 등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요소는 이후 애플 제품의 기술적 토대로 이어졌다.
역사적 의의
넥스트 컴퓨터는 상업적 성공에는 실패하였으나 컴퓨터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1990년 팀 버너스리가 CERN에서 넥스트 컴퓨터를 사용하여 세계 최초의 웹 서버와 웹 브라우저인 WorldWideWeb을 개발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게임사 아이드 소프트웨어(ID Software)가 넥스트 기기에서 게임 '둠(Doom)'과 '퀘이크(Quake)'를 개발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넥스트스텝의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 환경과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이후 업계 전반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