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터킷(영어: Nantucket)은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속한 섬이자 도시·군(county)으로, 케이프 코드(Cape Cod) 반도에서 남쪽으로 약 48km 떨어진 대서양 위에 위치한다. 터커넉 섬(Tuckernuck)과 머스키깃 섬(Muskeget)을 포함하여 낸터킷 군을 이루며, 매사추세츠주에서 가장 동남쪽에 위치한 정착지이기도 하다.
명칭과 어원
"낸터킷"이라는 이름은 남부 뉴잉글랜드 지역의 알곤킨어족에 속하는 왐파노아그(Wampanoag)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단어의 정확한 의미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백과사전 브리태니커에 따르면 "먼 섬" 또는 "누구도 탐내지 않는 모래가 많은 척박한 땅"을 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낸터킷의 별칭으로는 바다에서 바라볼 때 안개에 둘러싸인 섬의 모습에서 유래한 "바다의 작은 회색 숙녀(The Little Grey Lady of the Sea)"가 있다.
역사
낸터킷 섬에는 유럽인 정착 이전부터 왐파노아그 원주민이 수천 년간 거주해 왔다. 1641년 영국 출신의 상인 토머스 메이휴(Thomas Mayhew)가 이 지역의 섬들을 식민지로 획득하면서 유럽인의 정착이 시작되었고, 이후 1659년 트리스트럼 코핀(Tristram Coffin)이 이끄는 투자자 집단에 매각되면서 본격적인 정착이 이루어졌다. 당시 마을은 셔번(Sherburne)이라 불렸으며, 1795년에 현재의 이름인 "낸터킷"으로 개칭되었다.
낸터킷은 18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세계 포경(고래잡이) 산업의 중심지로 번영하였다. 섬 주민들은 주로 양 사육과 농업에 종사하다가 과도한 방목으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바다로 진출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고래잡이 산업이 섬의 주된 경제 기반이 되었다. 작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소설 《모비 딕》(Moby-Dick)은 낸터킷의 포경 산업을 배경으로 하며, 주인공 아합(Ahab)과 스타벅(Starbuck) 역시 낸터킷 출신으로 설정되어 있다.
낸터킷의 포경 산업은 1850년경부터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뉴베드포드(New Bedford)에 포경 산업의 중심이 넘어가고, 항구의 퇴적화로 대형 선박의 출입이 어려워졌으며, 1846년 7월 13일에 발생한 대화재가 마을 중심가 약 40에이커를 태우면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1849년 캘리포니아 골드러시로 많은 노동력이 서부로 이동한 데다 남북전쟁이 발발하면서 포경 선박 대부분이 파괴되어 산업은 사실상 종말을 맞았다.
포경 산업의 몰락 이후 낸터킷은 20세기 중반까지 저개발 상태로 남아 있었으며, 이러한 고립 덕분에 남북전쟁 이전 시대의 건축물이 상당수 보존될 수 있었다. 1950년대부터 개발자들이 섬의 대규모 구역을 매입하고 복원하면서 미국 북동부 부유층을 위한 고급 관광·휴양지로 변모하였다.
지리와 기후
낸터킷 섬의 면적은 약 124㎢이며, 지질학적으로 위스콘신 빙하기 당시 로렌타이드 빙상이 퇴적한 빙퇴석 지형에서 형성되었다. 해수면 상승으로 약 5,000~6,000년 전에 본토와 분리되어 섬이 되었다. 남쪽 지역은 빙하의 유출평원(outwash plain)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후는 쾨펜 기후 구분상 Cfb(해양성 기후)에 해당하며, 이는 북미 동부 해안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유형이다. 대서양의 영향으로 겨울철 최저 기온이 비교적 온화하고 여름철에도 선선한 편이다. 연평균 강수량은 약 1,000mm 내외로 연중 고르게 분포한다.
인구와 사회
2020년 인구 조사 기준 낸터킷 군의 상주 인구는 14,255명이다. 다만 여름철 관광객과 계절 거주민이 유입되면서 인구가 약 8만 명까지 증가하기도 한다. 2020년 기준 인종 구성은 백인이 약 71%, 흑인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약 7%, 히스패닉 또는 라틴계가 약 16%를 차지하였다. 주거용 주택의 중간 가치는 미국 내 최상위권으로, 2021년 4분기 기준 약 137만 달러에 달한다.
경제와 문화
현재 낸터킷의 경제는 관광업과 부동산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섬에는 낸터킷 포경 박물관(Nantucket Whaling Museum), 마리아 미첼 협회(Maria Mitchell Association) 등의 문화 시설이 있으며,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은 낸터킷을 "18세기 후반~19세기 초반 뉴잉글랜드 항구 도시의 건축적·환경적 측면에서 가장 훌륭히 보존된 사례"로 평가하였다. 낸터킷 중심가는 1966년 국가 사적지구(National Historic Landmark District)로 지정되었으며, 이후 1975년에 섬 전체로 확대되었다.
교통
낸터킷으로의 접근은 주로 배편과 항공편을 통해 이루어진다. 스팀십 오소리티(Steamship Authority)와 하이라인 크루즈(Hy-Line Cruises)가 연중 페리 서비스를 운영하며, 계절에 따라 뉴베드포드, 하위치(Harwich), 마서스 비니어드 등에서도 페리가 운항한다. 낸터킷 메모리얼 공항(Nantucket Memorial Airport, IATA 코드: ACK)은 여름철에 매사추세츠주에서 가장 혼잡한 공항 중 하나가 되며, 제트블루(JetBlue), 아메리칸 이글, 델타 커넥션, 유나이티드 익스프레스 등이 계절 한정 항공편을 운항한다. 섬 내에서는 낸터킷 지역교통청(Nantucket Regional Transit Authority)이 연중 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전거 도로망도 잘 정비되어 있다.
기타
낸터킷 근해에서는 여러 해양 사고가 발생한 이력이 있다. 1956년 이탈리아 여객선 안드레아 도리아(SS Andrea Doria)가 스톡홀름(MS Stockholm)과 충돌하여 51명이 사망한 사고, 1999년 이집트 항공 990편 추락 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낸터킷에서 온 남자(There once was a man from Nantucket)"로 시작하는 유명한 라임릭(limerick) 시가 존재하며, 텔레비전 시트콤 《윙스》(Wings, 1990~1997) 등의 배경으로도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