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의 원인 관련 연구 사례
낯가림(stranger wariness 또는 stranger anxiety)은 영아가 생후 6~8개월경부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접했을 때 보이는 불안, 경계, 회피 반응을 의미한다. 이는 발달심리학에서 정상적인 사회정서 발달의 일부로 간주되며, 그 원인에 대해 다양한 이론적 관점과 실증 연구가 축적되어 있다.
1. 애착 이론에 기반한 연구
낯가림의 가장 대표적인 설명은 존 볼비(John Bowlby)의 애착 이론과 메리 에인스워스(Mary Ainsworth)의 실증 연구를 통해 이루어졌다. 볼비(1973)는 영아가 주 양육자와 정서적 유대(애착)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행동이 생존 본능의 일환으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에인스워스 등(1978)이 고안한 '낯선 상황 절차(Strange Situation Procedure)'는 영아가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 앞에서 보이는 반응을 체계적으로 관찰하는 실험 패러다임으로, 이를 통해 안정 애착, 불안-회피 애착, 불안-저항 애착, 혼란 애착의 네 가지 유형이 분류되었다. 이 연구는 낯가림이 단순한 공포 반응이 아니라 애착 체계와 탐색 체계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해되어야 함을 보여주었다.
박혜주, 방희정, 이순행, 최해훈(2005)의 연구(한국심리학회지: 발달, 제18권 제2호)는 12~18개월 영아 36명을 대상으로 낯선 상황 절차를 통해 애착 유형과 정서조절 간의 관련성을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안정 애착 영아는 개방적 정서표현 유형과, 불안-회피 애착 영아는 억제된 정서표현 유형과, 불안-저항 애착 영아는 과장된 정서표현 유형과 각각 유의미한 관련이 있었으며, 애착 유형과 정서조절 유형 간 54.2%의 일치율을 보였다. 이는 낯가림을 포함한 영아의 사회적 반응이 애착의 질에 따라 다른 정서조절 전략으로 발현됨을 시사한다.
2. 기질 및 행동억제 관련 연구
제롬 케이건(Jerome Kagan, 1989)의 연구는 영아의 기질적 특성 중 '행동억제(behavioral inhibition)'가 낯선 자극에 대한 반응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혔다. 행동억제 수준이 높은 영아는 낯선 사람이나 낯선 상황에서 더 강한 경계와 회피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김태연, 최은실(2022)의 연구(한국심리학회지: 발달, 제35권 제2호)는 성인 386명을 대상으로 행동억제 기질이 사회불안에 미치는 영향에서 거부민감성과 정서표현 양가성의 이중매개효과를 검증하였다. 연구 결과, 행동억제 기질은 사회불안에 직접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쳤으며, 거부민감성과 정서표현 양가성을 각각 그리고 순차적으로 매개하여 간접적으로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아기의 낯가림 경향성이 이후 성인기의 사회불안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설명하는 데 기여한다.
3. 인지발달론적 관점의 연구
장 피아제(Jean Piaget)의 인지발달이론에 따르면, 낯가림은 영아가 감각운동기에 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 개념을 획득하고 익숙한 얼굴과 낯선 얼굴을 변별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 발달함에 따라 나타난다. 생후 6개월 이전의 영아는 모든 사람에게 비교적 동등하게 반응하지만, 인지 발달이 진행되면서 주 양육자와 타인을 구별하게 되고 이에 따라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 반응이 출현한다는 설명이다.
4. 사회불안 및 사회문화적 요인에 관한 연구
송지연, 박기환(2009)의 연구(KCI 등재)는 가해염려형 사회불안(Taijin Kyofusho)과 체면, 눈치, 문화적 자기관 같은 사회문화적 변인 간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563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체면과 주는 눈치는 가해염려형 사회불안 증상의 변량을 유의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낯가림이 단순한 발달 현상을 넘어 특정 문화권의 대인관계 맥락에서 사회불안의 한 형태로 발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수희 서울대병원 교수팀(2017)의 연구는 사회불안장애 환자 79명과 건강한 성인 51명을 대상으로 가상현실 발표 상황에서 시선 움직임을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사회불안장애 환자군은 정상 대조군보다 발표 중 청중을 덜 쳐다보는 경향이 뚜렷했으며, 자신에 대해 발표할 때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시선 회피가 더 심했다. 이 연구는 Australian & New Zealand Journal of Psychiatry에 게재되었다.
5. 영아의 기질과 어린이집 적응 관련 연구
김진아, 권민균(2005)의 연구는 12~23개월 영아 48명을 대상으로 애착 안정성, 기질과 어린이집 초기 적응 간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애착 안정성은 어린이집 초기 적응과 유의한 관계가 없었으나, 영아의 기질 중 반응강도, 접근-회피, 적응성 하위 영역이 초기 적응을 유의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낯가림의 강도가 영아의 선천적 기질 특성에 의해 부분적으로 결정됨을 시사한다.
종합
낯가림의 원인은 단일 요인으로 설명되기 어려우며, 애착 관계의 질, 기질적 행동억제 수준, 인지 발달 단계, 사회문화적 맥락 등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영아기의 낯가림은 대부분 정상 발달 과정의 일부로 12~18개월 이후 점차 감소하지만, 일부 사례에서는 이후 사회불안 장애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