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전칠기(螺鈿漆器)는 목기(木器) 바탕에 얇게 간 조개껍데기(자개)를 여러 형태로 오려 기물의 표면에 감입시켜 꾸미고, 옻칠을 한 공예품을 말한다. 고유어로는 '자개박이' 또는 '자개'라고도 부른다. 나전(螺鈿)이라는 한자어는 소라 나(螺)와 비녀 전(鈿)에서 유래하였으며, 한국·중국·일본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역사
나전칠기 기법은 중국 당나라 때에 성행하였으며, 이후 한국과 일본에 전하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는 삼국시대에 이미 나전칠기가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이며, 이를 입증하는 유물로는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호암미술관 소장 나전 화문 동경(국보)이 있다. 이 거울은 뒷면에 자개·호박·청석 등을 붙이고 옻칠로 고정시킨 것으로, 일본 쇼소원(正倉院) 소장 유물과 유사한 기법을 보여준다.
고려시대에는 나전칠기가 매우 발달하여 송나라에 수출될 정도로 유명하였다. 1123년 고려에 왔던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이 쓴 《고려도경》에는 "그릇에 옻칠하는 일은 그리 잘하지 못하였지만 나전 일은 세밀하여 귀하다고 할 만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고려시대 나전칠기의 특징으로는 전복껍데기를 종잇장처럼 얇게 갈아 사용한 박패법(薄貝法), 대모(玳瑁)를 이용한 복채법(伏彩法), 그리고 금속선(은선·동선·주석선)을 문양의 경계선이나 덩굴줄기 표현에 활용한 점이 꼽힌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고려의 의장을 계승하였으나 점차 민중적 취향으로 변화하였고, 십장생(소나무·대나무·매화·사슴·학 등)을 주제로 한 서정적인 도안이 부각되었다. 19세기에는 기하학적 무늬나 산수풍경 표현이 많아지고, 화장구·소반·장롱 등 가구로 확대되어 대중화되었다.
재료와 기법
나전칠기의 주요 재료는 전복껍데기, 야광패(夜光貝), 소라 등이다. 이들 패각이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것은 탄산칼슘의 무색 투명한 결정이 주성분으로, 빛을 받을 때 프리즘과 같은 색광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특히 청록빛을 띤 전복껍데기를 많이 사용하였다.
기법으로는 자개를 줄로 썰어 물건의 형상대로 오려 붙이는 '주름질'과, 가는 실 같은 자개 조각을 끊어 붙여 무늬를 선으로 표현하는 '끊음질'이 대표적이다. 나전칠기는 일반적으로 목제품 표면에 옻칠을 하고 그 위에 자개무늬를 붙인 뒤 다시 칠을 올리고 표면을 연마하여 무늬가 드러나게 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현대적 전승
1966년에는 나전칠기 전통의 계승을 위하여 국가무형유산(중요무형문화재) 나전장(螺鈿匠)이 지정되었다. 현대에는 경제성장과 함께 전통공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활공예품으로서 나전칠기가 점차 소생하고 있다. 2005년 APEC 정상회담이 열린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 로비 벽면을 장식한 십이장생도 나전칠기,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선물한 십이장생도 나전칠기 병풍 등이 현대 나전칠기의 대표적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