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Butterflies)는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가 1889년과 1890년에 걸쳐 제작한 일련의 회화 시리즈를 가리킨다. 반 고흐는 최소 네 점의 나비 그림과 한 점의 나방 그림을 그렸으며, 이 작품들은 그의 생애 후반기인 남프랑스 아를(Arles)과 생레미(Saint-Rémy) 시기에 집중적으로 제작되었다.
주제적 의미
반 고흐에게 나비는 단순한 자연 소재를 넘어 상징적 의미를 지녔다. 애벌레가 나비로 변태하는 과정은 그에게 인간, 특히 남성과 여성이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는 여동생 빌에게 보낸 편지에서 애벌레가 샐러드 뿌리를 먹으면서 나중에 딱정벌레가 될 것을 모르는 것처럼, 인간도 자신의 변태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친구 에밀 베르나르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애벌레에서 나비로의 변태를 빌려 우주와 사후 세계에 대한 가능성을 고찰하기도 했다. 반 고흐는 나비를 희망의 상징으로 사용했으며, 위안이 필요할 때 자연으로 향해 평화를 찾았다.
아를에서 제작된 작품
반 고흐는 약 35세 무렵 남프랑스 아를에 도착하여 《해바라기》 연작을 비롯한 대표작들을 제작했다. 이 시기에 그려진 나비 그림으로는 다음과 같은 작품들이 있다.
- 《풀과 나비》(Grass and Butterflies, 1889년 4월, 개인 소장, F460)
- 《두 마리의 흰 나비》(Two White Butterflies, 1889년 봄,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F402)
《두 마리의 흰 나비》는 변해가는 풀밭 위를 날아다니는 연약한 흰 나비들을 묘사하며, 일부 해석에 따르면 불길한 예감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를 지닌다. 미술사학자 제니퍼 헬비(Jennifer Helvey)는 아를에서 그린 정원 그림 중 스타일이 유사한 다섯 점을 한 그룹으로 묶었으며, 여기에는 《두 마리의 흰 나비》와 《풀밭과 나비》가 포함된다. 이 그림들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점, 유사한 색상 팔레트, 리드미컬한 붓터치를 공유한다.
생레미에서 제작된 작품
1889년 5월부터 1890년 5월까지 반 고흐는 아를 근처 생레미의 요양원에 자발적으로 입원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종종 요양원 구내에서만 작업할 수 있었으며, 그곳에서 다음과 같은 나비 관련 작품을 제작했다.
- 《큰 공작 나방》(Green Peacock Moth, 1889년 5월,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F610) — 반 고흐는 이 작품을 스스로 '죽음의 머리 나방'(Death's Head Moth)이라 불렀다. 희귀한 야행성 나방으로, 반 고흐는 그 색깔을 "검은색, 회색, 구름 같은 흰색이 카민색과 섞여 있거나 흐릿하게 올리브 그린색으로 변해가는 놀라운 조화"라고 묘사했다. 나방 뒤에는 아룸 마쿨라툼(Arum maculatum)이 배경으로 그려져 있다.
- 《양귀비와 나비》(Poppies and Butterflies, 1890년 4월–5월,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F748) — 선명한 붉은 양귀비와 연한 노란색 나비가 구불구불한 검은 줄기와 고개를 숙인 꽃봉오리 위에 그려져 있으며, 황금색 배경을 지닌다. 미술사학자 데브라 맨코프(Debra Mancoff)는 이 작품의 층층이 쌓인 패턴이 직물이나 병풍과 같은 장식적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으며, 반 고흐가 찬양했던 일본 판화(자포네즈리)와 비교했다.
- 《긴 풀과 나비》(Long Grass with Butterflies, 1890년 5월, 내셔널 갤러리, 런던, F672) — 《생폴 병원 정원의 목초지》라고도 불리며, 요양원 경내의 키 큰 풀과 잡초가 무성한 버려진 정원의 모습을 담고 있다. 생레미 체류 기간 끝무렵에 제작되었다.
유실된 작품
1888년 반 고흐는 "수많은 흰색과 노란색 나비 떼가 있는 먼지 투성이 엉겅퀴 습작" 작업도 진행했으나, 이 그림은 현재 유실된 상태이다.
나비와 나방의 구분
반 고흐의 작품에서 다루어진 나비와 나방은 나비목(Lepidoptera)에 속하며, 일반적으로 나비는 색상이 더 밝고 낮에 날아다니며 휴식 시 날개를 접는 반면, 나방은 색이 더 어둡고 밤에 활동하며 날개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다만 색이 화려한 나방이 존재하는 등 예외도 있다.
소장 현황
이 시리즈의 주요 작품들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Van Gogh Museum)에 다수 소장되어 있으며, 《긴 풀과 나비》는 영국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에 소장되어 있다. 《풀과 나비》는 개인 소장품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