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金昌烈, Kim Tschang-yeul, 1929년 12월 24일 ~ 2021년 1월 5일)은 대한민국의 미술가이다. '물방울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오랜 시간 프랑스와 미국 등 해외에서 활동하였다.
생애
김창열은 1929년 일제강점기 평안남도 맹산군에서 태어났다. 서예에 조예가 깊은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회화를 접하였고, 광성고보 시절에는 외삼촌으로부터 데셍(소묘)을 배웠다. 16세 때 월남하여 서울에 정착하였고, 검정고시를 통해 1948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하였으나 6·25 전쟁으로 학업이 중단되었다.
1957년 장성순, 하인두, 박서보 등과 함께 '한국현대미술가협회'(약칭 현대미협)을 결성하고 동인전을 개최하였다. 1961년 제2회 파리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였고, 1965년 런던 세계청년화가대회에 참가하였다. 1966년 록펠러 재단의 지원으로 미국에서 연수한 뒤 뉴욕에 4년간 머물렀으며, 1969년 백남준의 도움으로 파리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파리에 정착하였다.
1972년 파리 근교 빨레소(Palaiseau)의 작업실에서 우연히 캔버스 위에 맺힌 물방울에서 영감을 얻어 이후 평생의 대표 소재가 되는 '물방울' 그림을 창안하였다. 같은 해 살롱 드 메(Salon de Mai)전에 물방울 작품을 출품하여 주목받기 시작하였고, 이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2004년 프랑스 국립 쥐드폼미술관(Galerie nationale du Jeu de Paume)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2016년 제주도에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이 개관되었다. 말년에는 서울 성북동에 거주하다가 2021년 1월 5일 91세의 나이로 별세하였으며, 유해는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에 수목장되었다.
작품 세계
김창열의 작품 세계는 '물방울'이라는 단일 소재로 일관되어 있으나, 시대별로 변화 양상을 보인다.
1960년대('서정적 추상' 시기): 미국의 팝아트와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아 반복되는 형태들을 배열한 기계적이고 추상적인 작품을 제작하였다. 대표작으로 《Rite》 시리즈가 있다.
1970년대(물방울 등장 시기): 파리 이주 후 물방울 형태가 작품에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단일한 모티프로서의 물방울이 캔버스 위에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대표작으로 《Event of Night》(1972), 《Water Drops》(1974) 등이 있다.
1980년대(마대와 천자문): 마대(麻袋)의 거친 표면 위에 물방울을 극사실적으로 그려 바탕과 물방울 간의 이질감을 형성하였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바탕에 천자문을 그려 넣어 동양 철학적 요소를 도입하였다. 대표작으로 《Water Drops》(1987), 《Recurrence》(1989) 등이 있다.
1990년대(《Recurrence》 연작): 물방울이 단순히 맺혀 있는 상태를 넘어 일그러지고, 뭉개지고, 지워지는 변화를 시도하였다. 바탕에는 지속적으로 천자문이 등장한다.
2000년대(색채 실험): 이전 시기의 낮은 채도의 배경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과 형태의 변화를 시도하였다. 《Bell》(2003), 《Yellow Earth》(2003) 등에서 채도 높은 색상을 사용하였고, 《Meditation》(2004)에서는 물방울 모양의 유리병을 매단 설치미술도 시도하였다.
작품 해석
김창열의 물방울 작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작가 자신은 "서양과 다른 나의 차이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한 방울의 물방울이었다"며 "물방울은 불교의 공(空)과 도교의 무(無)와도 통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평론가 이일은 물방울을 "투명한 눈속임(trompe l'oeil)으로서 가상의 빛과 그림자의 유희로 만들어진 환상"이라고 평가하였으며, 이우환은 "물질과 환상을 겹침으로써 새로운 시각적인 것을 제시했다"고 평가하였다.
주요 수상 및 경력
- 1972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명예상 수상
- 2004년 프랑스 국립 쥐드폼미술관 초대전
- 주요 소장처: 국립현대미술관(한국), 퐁피두 센터(파리), 보스턴 현대미술관, 호암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