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중앙값(幾何中央값, geometric median)은 기하학에서 유클리드 공간에 주어진 점 집합에 대해, 그 집합에 속한 각 점까지의 거리의 합을 최소화하는 점을 가리키는 수학적 개념이다. 이는 1차원 데이터에서 거리(또는 절대 편차)의 합을 최소화하는 성질을 갖는 중앙값(median)을 다차원 유클리드 공간으로 일반화한 것이다. 이 개념은 공간 중앙값(spatial median), 유클리드 최소합 점(Euclidean minisum point), 토리첼리 점(Torricelli point), 1-중앙값(1-median) 등으로도 불린다.
정의
m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집합 X^m = {x₁, x₂, …, x_m}(단, xᵢ ∈ Rⁿ)이 주어졌을 때, 기하중앙값은 다음 식을 만족하는 점 y로 정의된다.
argmin_y∈Rⁿ Σᵢ ‖xᵢ − y‖₂
즉, 주어진 모든 점으로부터 유클리드 거리의 합을 최소화하는 점 y가 기하중앙값이다. 이 정의는 각 점까지의 거리 제곱의 합을 최소화하는 중심(무게중심, centroid)과 구별된다. 무게중심은 단순히 좌표의 평균으로 계산되는 반면, 기하중앙값은 거리의 합을 직접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역사적 배경
평면 위의 세 점에 대한 기하중앙값 문제의 특수한 경우는 페르마의 문제(Fermat's problem)로 알려져 있다. 이는 최소 슈타이너 수형도의 구성과 관련되어 있으며, 피에르 드 페르마(Pierre de Fermat)가 문제로 제기하고 에반젤리스타 토리첼리(Evangelista Torricelli)가 해결하였다. 세 점이 이루는 삼각형의 모든 내각이 120°보다 작은 경우, 기하중앙값은 각 꼭짓점에 대해 120°의 각도를 이루는 삼각형 내부의 점이 되며, 이를 페르마 점(Fermat point)이라 한다. 한편 가중 거리의 합을 최소화하는 문제의 일반화는 알프레트 베버(Alfred Weber)의 1909년 입지 이론 저작에 기원을 두고 있어 페르마-베버 문제(Fermat–Weber problem)로도 불린다.
주요 특성
- 1차원의 경우, 기하중앙값은 일반적인 중앙값(median)과 일치한다. 데이터 개수가 홀수이면 중간에 위치한 점이 되고, 짝수이면 두 중간점 사이의 임의의 점이 될 수 있다.
- 주어진 점들이 일직선 위에 있지 않으면 기하중앙값은 유일하게 결정된다.
- 기하중앙값은 유클리드 유사변환(이동, 회전 등)에 대해 등변(equivariant) 성질을 가진다. 즉, 데이터를 변환한 뒤 기하중앙값을 구하거나, 기하중앙값을 먼저 구한 뒤 같은 변환을 적용해도 동일한 결과를 얻는다.
- 기하중앙값은 붕괴점(breakdown point)이 0.5로, 표본 데이터의 절반까지 오염되어도 강건한 위치 추정치를 제공한다는 통계적 강건성(robustness)을 지닌다.
특수한 경우
- 평면 위의 세 점이 삼각형을 이루고, 그 삼각형의 한 각이 120° 이상인 경우, 기하중앙값은 그 각의 꼭짓점이 된다. 모든 각이 120°보다 작은 경우에는 삼각형 내부에서 세 꼭짓점 쌍에 대해 각각 120°를 이루는 점이 된다. 세 점이 일직선상에 있으면 두 끝점 사이의 점이 된다.
- 평면 위의 네 점의 경우, 한 점이 나머지 세 점이 이루는 삼각형 내부에 있으면 그 점이 기하중앙값이다. 네 점이 볼록 사각형을 이루면 두 대각선의 교점이 기하중앙값이 된다.
계산 방법
기하중앙값은 개념적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명시적인 닫힌 형태의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수치적 또는 기호적 근사 기법이 사용된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바이츠펠트 알고리즘(Weiszfeld's algorithm)이 있으며, 이는 반복적으로 재가중 최소제곱(iteratively re-weighted least squares)의 형태를 취한다. 거리 함수의 볼록성 때문에 각 단계에서 거리 합이 감소하며 국소 최적점에 갇히지 않는 것이 보장된다. 또한 이 문제는 2차 원뿔 계획법(second-order cone program)으로도 공식화되어 다항 시간 안에 풀 수 있다.
응용 및 일반화
기하중앙값은 시설 입지 문제(facility location)에서 여러 지점으로부터의 운송 비용 합을 최소화하는 시설 위치를 결정하는 표준적인 문제로 활용되며, 통계학에서는 다차원 데이터의 강건한 위치 추정치로 사용된다. 또한 기하중앙값은 유클리드 공간을 넘어 리만 다양체(Riemannian manifold) 및 일반적인 거리 공간으로 일반화될 수 있는데, 이는 프레셰 평균(Fréchet mean)의 정의에 쓰이는 아이디어와 동일한 원리를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