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의 충돌이란 헌법학, 특히 기본권론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서로 다른 복수의 기본권 주체가 각자의 권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하나의 동일한 사건에서 국가에 대하여 각각 대립되는 기본권의 효력을 주장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는 하나의 기본권 주체가 국가에 대하여 동시에 여러 기본권의 적용을 주장하는 기본권의 경합(競合)과 구별되는 개념이며, 이 둘을 통틀어 기본권의 갈등이라고 부른다.
의의와 발생 배경
기본권의 충돌은 기본권이 전통적으로 국가와 개인 간의 관계(대국가적 효력)에서만 문제되던 것에서 나아가, 기본권의 객관적 가치질서론이 발전하고 기본권의 제3자적 효력(대사인적 효력)이 인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사인(私人) 상호 간의 관계에서도 기본권이 적용될 수 있게 됨에 따라, 한 사람의 기본권 행사가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고, 이때 국가는 충돌하는 기본권들을 조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를 기본권 삼각관계(기본권주체-국가-기본권주체)라고 한다.
유형
기본권의 충돌은 크게 다음의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 진정 충돌: 두 기본권 주체의 행위가 모두 각자의 기본권 보호범위 내에 있는 경우. 예를 들어 태아의 생명권과 임산부의 자기결정권(낙태 문제), 흡연자의 행복추구권과 비흡연자의 혐연권, 언론·출판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사생활의 비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 유사 충돌(부진정 충돌, 외견적 충돌): 겉으로는 기본권 충돌처럼 보이나, 한쪽 행위가 기본권의 보호범위를 벗어난 경우. 예를 들어 연극배우가 무대 위에서 실제 살인을 저지르고 이를 예술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기본권의 보호범위를 이탈한 행위이므로 진정한 충돌이 아니다.
해결 원리와 이론
기본권 충돌의 해결에 관하여는 여러 학설이 제시되어 왔다.
- 입법의 자유영역이론(입법자역할론): 기본권 충돌의 조정은 입법자의 과제라고 보는 견해이다. 그러나 기본권 충돌이 본질적으로 헌법 해석의 문제라는 점을 간과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 기본권의 서열이론: 기본권 간에 서열을 정하여 우월한 기본권을 우선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서열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 법익형량의 원칙(이익형량의 원칙): 충돌하는 기본권이 실현하려는 이익을 비교형량하여 보다 중요한 이익을 우선 보호하는 방식이다. 상위 기본권 간의 충돌과 동위 기본권 간의 충돌로 나누어 접근하기도 한다.
- 규범조화적 해석(실제적 조화의 이론): 충돌하는 기본권이 모두 최대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화롭게 해석하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는 과잉금지원칙(비례성의 원칙), 대안적 해결방법, 최후 수단의 억제 방법 등이 활용된다.
판례와 실제 적용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기본권 충돌 사건에서 주로 법익형량의 원칙과 실제적 조화의 이론을 원용하여 판단하여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낙태죄 사건에서의 태아의 생명권과 임산부의 자기결정권 충돌, 사생활 침해를 둘러싼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충돌, 종교계 사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의 자유와 학생의 종교의 자유 충돌 등이 있다.
관련 개념과의 관계
기본권의 충돌은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제3자적 효력) 및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이 사인 간 관계에 기본권이 적용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면, 기본권보호의무는 국가가 사인 간의 기본권 충돌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부과한다. 이 세 개념은 기본권 삼각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호 협력하는 관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