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의 경합은 헌법학, 특히 기본권론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하나의 기본권주체(동일한 개인 또는 법인)가 국가에 대하여 하나의 동일한 사건에서 둘 또는 그 이상의 기본권을 동시에 주장하는 경우를 말한다. 다시 말해, 한 기본권주체의 특정 행위나 상태가 동시에 여러 기본권 규정의 보호영역에 해당하여, 해당 기본권주체가 국가권력에 대해 여러 기본권의 효력을 함께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기본권의 경합은 기본권의 충돌과 구별된다. 기본권의 충돌은 서로 다른 기본권주체들이 각자 자신의 기본권을 주장하며 국가에 대해 대립하는 경우를 말하는 반면, 기본권의 경합은 동일한 기본권주체가 여러 기본권을 동시에 주장하는 경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본권의 경합과 기본권의 충돌을 포괄하여 기본권의 갈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본권의 경합이 발생하는 전형적인 사례로는, 집회에 참석하려는 사람을 체포·구속한 경우에 해당자가 신체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동시에 주장하는 경우, 종교단체가 발행하는 신문에 대해 국가가 간섭하는 경우에 발행인이 종교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동시에 주장하는 경우, 화가의 전시된 작품을 국가가 철거하는 경우에 표현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를 함께 주장하는 경우 등이 있다.
기본권의 경합은 사실관계의 동일성과 기본권주체의 동일성을 전제로 한다. 외형상으로는 기본권이 경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적용될 수 있는 기본권이 하나뿐인 경우를 기본권의 유사경합(부진정경합)이라고 하며, 이는 진정한 의미의 기본권 경합에서 제외된다.
기본권 경합이 발생하면 어느 기본권을 우선적으로 적용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에 관하여는 학설이 나뉘는데, 제한의 가능성이 더 큰(효력이 약한) 기본권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최약효력설과, 제한의 가능성이 더 작은(효력이 강한) 기본권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최강효력설, 그리고 이들을 절충하는 견해가 있다. 경합하는 기본권들 사이에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특별법 우선의 원칙)가 성립하는 경우에는 특별법적 지위에 있는 기본권이 우선 적용된다. 또한 기본권이 경합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기본권들이 상호 보완적으로 적용되어 기본권의 보호가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기본권의 경합 개념은 독일 헌법학에서 정립된 Grundrechtskonkurrenz 이론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대한민국에서도 학계와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통하여 수용·발전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