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및 개요
기름부음(anointing, 라틴어: unctio)은 사람의 머리나 몸, 또는 특정 물체에 기름을 붓거나 바르는 행위를 말한다. 고대 근동 지역을 비롯한 여러 문화권에서 종교적·사회적 의식으로 널리 행해졌으며, 특히 아브라함 계통 종교(유대교, 기독교)에서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어원
'기름부음'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마샤(מָשַׁח, masah)'로, 기본 의미는 "액체를 바르다"이다. 이 단어에서 파생된 '마쉬아흐(מָשִׁיחַ, mashiach)'는 "기름부음을 받은 자"를 뜻하며, 이는 그리스어 '크리스토스(Χριστός, Christos)'와 영어 '메시아(Messiah)'의 어원이 되었다. 신약성경에서는 문자적 의미의 기름부음을 뜻하는 '알레이포(ἀλείφω, aleipho)'와 종교적·상징적 의미의 기름부음을 뜻하는 '크리오(χρίω, chrio)'가 사용된다.
고대 사회에서의 일반적 용도
고대 근동 지역에서는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기름을 사용하였다.
- 피부 건강 유지 및 악취 제거를 위한 신체 도포
- 손님 환대의 표시로 머리에 기름을 바름
- 상처 치료를 위한 의술의 일부
- 시신의 부패 방지를 위한 장례 준비
- 기쁨과 존경의 표시(슬픔 중에는 기름을 바르지 않음)
종교적 의미
기름부음은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일상적인 영역(속)에서 거룩한 영역(성)으로 구별하는 상징적 의식이었다. 구약성경에 따르면, 기름부음은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행해졌다.
- 성별(聖別): 성막, 제단, 법궤 등 성소의 기물에 기름을 발라 지성물로 구별하였다(출애굽기 30:26-29).
- 직임 위임: 왕, 제사장, 선지자에게 기름을 부어 특별한 사명과 권위를 부여하였다. 이는 하나님이 직접 임명하셨음을 공적으로 표시하는 의식이었다.
- 성령의 임재: 사무엘이 다윗에게 기름을 부은 후 "여호와의 신이 크게 감동했다"고 기록되어 있어(사무엘상 16:13), 기름부음이 성령의 임재와 능력을 상징함을 보여준다.
메시아와의 관계
'메시아'(히브리어)와 '그리스도'(그리스어)는 모두 "기름부음을 받은 자"라는 의미로, 구약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미래에 나타날 구원자를 이렇게 불렀다. 기독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왕, 제사장, 선지자의 기름부음을 모두 충족시키는 존재로 이해된다.
기독교 전통에서의 계승
가톨릭 교회에서는 성유(聖油)를 사용하여 세례(성세), 견진, 신품(사제 서품)의 성사에 사용하며, 병자성사에도 사용된다. 제단, 종, 성구 등의 축성에도 기름이 사용된다. 중세 유럽에서는 왕이나 황제의 대관식에서 도유식이 핵심 의식으로 자리잡았으며, 이는 성서적 전통에 기반한 것이다.
사용된 기름
구약성경 출애굽기 30장에 따르면, 거룩한 관유(灌油, anointing oil)는 액체 몰약, 육계, 창포, 들계피, 감람유(올리브유)를 혼합하여 제조하였으며, 일반인의 몸에 붓거나 동일한 방법으로 만들지 못하도록 금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