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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취편

《급취편》(急就篇)은 중국 전한(前漢) 원제(元帝) 재위 시기(기원전 48년~기원전 33년)에 황문령(黃門令)이었던 사유(史游)가 편찬한 한자 학습서이다. 《급취장》(急就章) 또는 간단히 《급취》(急就)라고도 불리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자 자서(字書)로 평가된다.

《급취편》이라는 명칭은 본문의 첫 구절 "급취기고여중이(急就奇觚與眾異)"에서 따온 것으로, '급취(急就)'는 '빠르게 익히다' 또는 '속성(速成)'의 의미로 해석된다. 원래는 32장 2,016자로 구성되었으나, 후대에 2개 장이 추가되어 총 34장 2,144자가 되었다. 다만 선인들의 고증에 따르면 마지막 128자는 동한(東漢) 시기에 보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문은 주로 3언(三言), 4언(四言), 7언(七言)의 운율을 가진 구절로 구성되어 암송하기 쉽도록 만들어졌다. 내용은 인명(人名), 물명(物名), 관직명(官職名) 등 일상생활의 각 분야에 걸친 어휘를 부류별로 분류하여 수록하였으며, 동일한 부수(部首)나 뜻을 가진 글자들을 묶어 배열하였다. 이는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상용자를 중심으로 글자를 쉽게 익히면서 그 속에 담긴 지식을 함께 습득할 수 있도록 한 교재적 특성에 기인한다.

《급취편》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에서 확인된다. 한나라부터 당나라까지 약 천여 년 동안 가장 널리 사용된 한자 학습서였으나, 이후 《천자문(千字文)》, 《백가성(百家姓)》, 《삼자경(三字經)》 등이 등장하면서 점차 그 역할을 대체당하였다. 한나라와 위(魏)나라 시대의 동자(童子)들은 모두 《급취편》을 읽었다고 전해진다.

당나라의 안사고(顔師古)가 주석을 달았고, 남송(南宋)의 왕응린(王應麟)이 안사고의 주석을 보충하였다. 또한 서예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진(晉)나라의 왕희지(王羲之), 원(元)나라의 조맹부(趙孟頫) 등 유명 서예가들이 《급취편》을 필사한 모범본이 전해지며, 특히 삼국시대 오(吳)나라의 황상(皇象)이 장초(章草)로 쓴 석각(石刻)이 현존한다. 사유는 장초(章草)의 시조로 꼽히기도 한다.

《급취편》은 과학, 의학, 기술의 역사에 관한 많은 전문 용어와 식물, 동물, 도구, 사물의 이름을 보존하고 있어 역사 언어학적 가치 또한 높다. 한나라 이전의 유사한 자서들인 《시주편(史籀篇)》, 《창힐편(蒼頡篇)》 등은 대부분 소실되었으나, 《급취편》은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어 고대 한자 교육과 언어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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