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제 581 계(Gliese 581 planetary system)는 적색왜성 글리제 581과 그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들 및 주변 천체들로 구성된 중력 결합 시스템이다. 글리제 581은 천칭자리 방향으로 지구로부터 약 20.5광년(약 6.3파섹) 떨어진 곳에 위치한 M3V 분광형의 적색왜성으로, 태양 질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질량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별은 태양에서 101번째로 가까운 항성계로 알려져 있으며, 1886년 남천 목록(Southern Durchmusterung)에 처음 수록된 이래 다양한 목록에서 BD -07 4003, GJ 581, HO Librae 등의 명칭으로도 불려 왔다.
글리제 581 계는 초기 외계 행성 연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행성계이다. 이 시스템은 방사상 속도(radial velocity) 방법을 통해 발견된 행성들과 잔해 디스크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첫 행성인 글리제 581 b가 발견된 이후, 여러 차례의 관측과 분석을 통해 행성의 수와 존재 여부에 대한 논의가 반복되어 왔다.
현재 학계의 합의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세 개의 확인된 행성을 지닌 것으로 간주된다. 확인된 행성은 항성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글리제 581 e, 글리제 581 b, 글리제 581 c이다. 글리제 581 e는 2009년에 발견된 가장 안쪽 행성으로, 질량이 지구의 약 2.5배이며 공전 주기는 약 3.15일이다. 글리제 581 b는 2005년에 처음 발견된 행성으로, 질량이 지구의 약 20배이며 공전 주기는 약 5.37일이다. 글리제 581 c는 2007년에 발견되었으며, 질량이 지구의 약 6.8배이고 공전 주기는 약 13일 미만이다. 2024년에 수행된 연구에서는 이 행성들의 궤도 경사각이 약 47도임이 확인되어, 이들의 실제 질량이 최소 질량보다 약 30% 더 크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행성계는 2008년부터 2010년 사이에 거주 가능 구역(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내에서 궤도를 도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구형 행성 후보들이 보고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10년 9월, 켁 천문대(Keck Observatory) 연구진은 글리제 581 f와 글리제 581 g라는 두 행성의 발견을 주장했다. 글리제 581 g는 거주 가능 구역 내에 위치하며 지구 질량의 3~4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잠재적으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으로 큰 관심을 끌었으나, 이후 유럽 남방 천문대(ESO)의 HARPS 분광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재분석에서 그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다. 글리제 581 f의 경우 별의 활동 주기와 관련된 오인식으로 판명되어 존재가 부정되었다.
글리제 581 d 역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이 행성은 거주 가능 구역 내에 위치할 것으로 추정되는 초지구(super-Earth) 후보였으나, 2014년 연구에서 별의 활동에서 비롯된 오검출로 주장된 바 있다. 다만 일부 후속 연구에서는 그 존재를 지지하는 주장도 제기되어, 현재까지도 학계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의 주류 합의는 이 시스템이 세 개의 확인된 행성(e, b, c)만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의 외곽에는 2012년 허셜 우주망원경(Herschel Space Observatory) 관측을 통해 발견된 거대한 잔해 디스크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잔해 디스크는 항성으로부터 약 25 AU에서 60 AU 이상의 범위에 걸쳐 있으며, 태양계보다 최소 10배 이상 많은 혜성을 포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잔해 디스크의 경사각은 30도에서 70도 사이로 측정되었다.
글리제 581 계는 외계 생명체 탐색(SETI) 연구의 대상이기도 했다. 2008년 10월에는 지구에서 글리제 581 c 방향으로 고출력 디지털 무선 신호(A Message from Earth, AMFE)가 전송되었으며, 이 신호는 2029년 초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에는 호주의 전파망원경들을 이용한 정밀 탐색이 수행되었으나, 후보 신호는 발견되지 않았다.
글리제 581은 오래된 별이며 자전 속도가 느려 활동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별의 플레어 활동이 적음을 의미하며, 행성들이 대기를 유지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 행성계의 관측 역사는 오검출과 추측으로 인해 논쟁의 여지가 많았으며, 방사상 속도 방법만으로는 행성의 질량과 궤도 이상의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