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선재(先在, pre-existence of Christ)는 기독교 신학에서 그리스도가 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 이전부터 존재하였다는 교리이다. 이 교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베들레헴에서 인간으로 태어나기 이전, 곧 역사적 인격으로서의 등장 이전에 존재론적 또는 인격적 존재를 지녔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성경적 근거
해당 교리의 핵심적 성경 구절 중 하나는 요한복음 1장 1~18절이다. 삼위일체적 해석에서 그리스도는 '로고스'(Logos, 헬라어로 "말씀" 또는 "이성")라고 불리는 선재적 신성을 지닌 위격(位格, hypostasis)으로 동일시된다. 요한복음 1장 1~3절은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라고 기록한다.
또한 요한복음 17장 5절에서 예수는 고별 설교 중 "아버지여, 창세 전에 내가 아버지와 함께 가졌던 영광으로"라고 언급하며, 이는 성육신 이전의 존재를 시사하는 구절로 해석된다. 요한복음 17장 24절은 "세상의 기초가 놓이기 전에" 성부께서 성자를 사랑하셨다고 기록한다. 바울 서신에서도 빌립보서 2장 6~11절, 골로새서 1장 16절, 고린도전서 8장 6절 등이 그리스도의 선재를 지지하는 근거로 인용된다.
신학적 의미
그리스도의 선재 교리는 기독론(Christology)의 핵심 구성 요소이며, 니케아 신경(Nicene Creed)의 도입부에서 확인된다. 삼위일체론적 해석에서 그리스도의 선재는 그의 영원성과 신성(神性)의 근거가 된다. 이 교리는 또한 케노시스(kenosis, 겸허 혹은 자기 비움)의 개념 및 성육신 교리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한편, 그리스도의 선재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나타나는 영혼의 선재설(pre-existence of the soul)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논쟁과 다양한 입장
그리스도의 선재 교리는 기독교 역사 속에서 보편적으로 수용되었으나, 그 해석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아리우스주의(Arianism)는 그리스도의 선재를 인정하면서도 그의 신성을 삼위일체적 의미에서 완전히 인정하지 않았다. 유니테리언(Unitarians), 소키니파(Socinians) 등 비삼위일체론적 입장에서는 그리스도의 인격적 선재를 부정하기도 한다. 현대의 일부 학자(예: 제임스 던, James Dunn)는 관련 구절들이 실제로 선재를 지지하는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몰몬교)는 모든 인간의 영 선재를 주장하며 그리스도 역시 선재한 영이었다고 가르치는 등, 교파에 따라 선재의 의미와 방식에 대한 이해가 상이하다.
이처럼 그리스도의 선재는 기독교 신학에서 널리 확립된 교리로서, 성경 해석과 교파적 신학적 입장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되고 해석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