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왕(Christ the King, 라틴어: Christus Rex)은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칭호 가운데 하나로,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우편에 앉아 당신의 왕국을 다스리시는 왕이심을 나타내는 신학적 개념이다. 많은 기독교 교파에서 그리스도의 삼중직(세 가지 직위: 선지자, 제사장, 왕) 가운데 하나로 간주한다.
신학적 배경
그리스도의 왕권은 구약성경에서 예언되고 준비되었다. 이스라엘은 가나안 정착 시기 이후 왕정을 도입하였고, 야훼의 이름으로 기름부음받은 다윗 왕조가 세워졌다(2사무엘 7장). 그러나 다윗왕조가 몰락한 이후에는 종말의 왕인 메시아에 대한 약속이 등장한다(에제키엘 34장). 신약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빌라도 앞에서 당신이 왕임을 부인하지 않았으나,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요한복음 18:36-37)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왕국이 세속적 개념과 다름을 분명히 하였다. 그리스도의 왕위는 십자가에서 드러나며, 왕의 영광은 부활 이후와 재림 때에 온전히 나타난다고 기독교는 가르친다.
사도 바울로는 필립비서(2:8-9)에서 그리스도께서 죽기까지 순명하셨으므로 하느님께서 높임을 받으시고 당신 왕국의 영광을 차지하셨다고 기록하였으며, 코린토 1서(15:24-28)에서는 그리스도께서 모든 원수를 굴복시키실 때까지 군림하다가 왕국을 성부께 바칠 것이라고 서술한다.
가톨릭 교회의 교리서에 따르면 그리스도의 왕국은 "진리와 생명의 나라, 거룩함과 은총의 나라,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나라"이다(교회헌장 36항).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왕권을 제자들에게도 주시어, 그들이 죄에 지배당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삶을 살도록 하였다고 설명된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
1925년 12월 11일, 교황 비오 11세는 회칙 《쿠아스 프리마스(Quas primas)》를 통해 '그리스도 왕 대축일'(Solemnity of Our Lord Jesus Christ, King of the Universe)을 제정하였다. 이는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확산되는 무신론, 세속주의, 공산주의에 대응하여 그리스도의 왕권이 온 인류와 모든 사회 영역에 미침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당초 이 축일은 10월의 마지막 주일에 기념되었으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전례력 개혁에 따라 연중시기 마지막 주일(대림 시기 직전 주일, 교회력 제34주일)로 옮겨져 오늘날까지 지켜지고 있다. 이 축일은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루터교, 성공회, 감리교 등 여러 기독교 교파에서도 기념한다.
어원
'그리스도'(Christus)는 헬라어 '크리스토스'(Χριστός, '기름부음받은 자')에서 유래하였으며, '왕'(King)은 하느님 나라의 통치자로서 그리스도의 지위를 나타낸다. 스페인어권에서는 '크리스토 레이(Cristo Rey)'로 불리며, 멕시코의 '비바 크리스토 레이(Viva Cristo Rey)'는 크리스테로 전쟁(1926-1929)에서 사용된 유명한 함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