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 미셸(Gros Michel)은 프랑스어로 "큰 미셸"이라는 뜻이며, 영어권에서는 "Big Mike"로도 불린다. 학명은 Musa acuminata (AAA Group) 'Gros Michel'로, 야생 바나나 무사 아쿠미나타(Musa acuminata)의 삼배체 품종이다.
1835년 프랑스 식물학자 장 프랑수아 푸아(Jean François Pouyat)가 마르티니크에서 자메이카로 이 품종을 옮겨 심으면서 본격적인 재배가 시작되었다. 이후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등 중앙아메리카에서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장이 조성되었고, 1950년대까지 유럽과 북아메리카로 수출되는 바나나의 주력 품종이었다.
이 품종은 껍질이 두꺼워 운송 중 멍이 잘 들지 않고, 다발 밀도가 높아 적재가 용이하여 수출용 농산물로서 매우 적합한 특성을 지녔다. 그러나 푸사리움 균(Fusarium oxysporum f.sp. cubense)이 일으키는 파나마병(Panama disease)에 취약하여 1950년대 중앙아메리카의 대규모 농장이 큰 피해를 입었고, 결국 저항성을 가진 캐번디시(Cavendish) 품종으로 대체되었다.
다만 품종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파나마병이 확산되지 않은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말레이시아, 타이 등)에서는 소규모로 계속 재배되었으며, 온두라스 농업 연구 재단(FHIA)을 비롯한 연구 기관에서 파나마병 내성을 갖춘 그로 미셸 계통을 개발하는 등 품종 보존 및 개량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맛과 향에 있어서 그로 미셸은 캐번디시에 비해 이소아밀 아세테이트(isoamyl acetate) 농도가 높으며, 이 성분은 인공 바나나향의 주된 화학 물질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인공 바나나향은 그로 미셸의 맛을 본뜬 것"이라는 도시 전설이 존재하나, 이소아밀 아세테이트는 단순한 화합물로서 특정 품종만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것이 아니므로 이 설은 정확하지 않다.
1922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등장한 노래 "Yes! We Have No Bananas"는 20세기 초 파나마병으로 인한 그로 미셸 바나나의 공급 부족 현상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