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마(스페인어: Granma)는 1956년 쿠바 혁명 당시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 라울 카스트로, 카밀로 시엔푸에고스 등 82명의 혁명군이 멕시코에서 쿠바로 이동하는 데 사용된 요트이다.
제원 및 건조
그란마 호는 1943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휠러 조선소(Wheeler Shipbuilding)에서 미 해군의 표적 훈련용 경장갑정(US Navy C-1994)으로 건조되었다. 길이는 약 18미터(60피트), 폭은 4.76미터, 깊이는 2.40미터였으며,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민수용 요트로 개조되어 정원 12명 규모로 변경되었다.
명칭의 유래
"그란마(Granma)"는 영어에서 할머니를 애칭으로 부르는 말이다. 이 요트의 초대 민간 소유주였던 미국인 로버트 에릭슨(Robert Erickson)이 자신의 아내 헤이즐(Hazel)을 부르던 애칭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전까지 역사가들은 이 이름이 소유주의 친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붙여진 것으로 추정해 왔으나, 후대의 조사 결과 에릭슨의 손녀가 이를 확인하면서 명칭의 실제 유래가 밝혀졌다.
혁명에서의 역할
구매 배경
피델 카스트로는 멕시코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중 쿠바로 귀환하기 위한 선박을 물색했다. 초기에는 미 해군의 카탈리나 비행정이나 구조정을 구입하려 했으나 자금 부족으로 무산되었다. 이후 멕시코시티의 총기상인 안토니오 델 콘데(Antonio del Conde, 별명 "El Cuate")가 멕시코 툭스판 강변에서 버려진 상태로 방치되어 있던 그란마를 발견하여 2만 달러에 매입했다. 이후 델 콘데는 카스트로의 요청에 따라 긴급히 선박을 수리했다. 공식적인 구매 계약은 1956년 10월 10일, 미국의 슈킬 프로덕츠 컴퍼니(Schuylkill Products Company, Inc.)로부터 50,000 멕시코 페소(당시 약 15,000 미국 달러)에 체결되었다. 구매 자금은 전 쿠바 대통령 카를로스 프리오 소카라스(Carlos Prío Socarrás)와 테레사 카수소 모린(Teresa Casuso Morín)이 플로리다에서 모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해
1956년 11월 25일 자정 무렵, 그란마 호는 멕시코 베라크루스주 툭스판 항구를 출항했다. 당시 항구는 악천후로 폐쇄된 상태였으나, 요트는 조명을 소등한 채 은밀히 출항했다. 선박은 정원을 크게 초과한 82명의 인원과 무기, 장비를 싣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과적 상태였다. 항해 중 식량 부족, 해상 멀미, 선체 누수 등 여러 어려움을 겪었으며, 예상 속도보다 낮은 평균 6.7노트로 항해했다.
상륙
1956년 12월 2일, 그란마 호는 쿠바 동남부 오리엔테주(현재의 그란마주) 니케로 시의 라스 콜로라다스 해변(Playa Las Coloradas)에 도착했다. 선박은 맹그로브 습지 인근의 사주에 좌초되었고, 승선자들은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장비를 머리 위로 받쳐 들고 상륙해야 했다. 이 상륙 지점은 61년 전 쿠바의 민족 영웅 호세 마르티(José Martí)가 스페인 식민 통치에 맞선 독립 전쟁 당시 상륙했던 지역과 동일한 곳이었다.
상륙 이후
상륙 직후 바티스타 정부군의 공격을 받아 82명 중 약 12~21명만이 생존하여 시에라 마에스트라 산맥으로 대피했다. 생존자들 중에는 피델 카스트로, 라울 카스트로, 체 게바라, 카밀로 시엔푸에고스, 후안 알메이다 보스케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이후 게릴라 전쟁을 전개하여 1959년 1월 1일 쿠바 혁명의 승리를 이끌었다.
혁명 이후
1959년 혁명 승리 후 그란마 호는 아바나 만으로 옮겨졌다. 1976년부터 아바나 혁명박물관(Museo de la Revolución)에 인접한 그란마 기념관(Memorial Granma)의 유리 밀폐 전시관에 영구 보존되어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선박의 조타수였던 노르베르토 콜라도 아브레우(Norberto Collado Abreu)가 사후까지 이 요트의 보존을 담당했다.
영향 및 유산
- 그란마 호가 상륙한 지역은 요트의 이름을 따서 그란마주(Granma Province)로 명명되었다.
-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기관지 일간지 이름도 그란마(Granma)이다.
- 쿠바 정부는 매년 12월 2일을 쿠바 군대의 날(Day of the Cuban Armed Forces)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 상륙 지점 일대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Desembarco del Granma National Park)으로 지정되었다.
- 그란마 호의 원형을 재현한 복제품이 국경일 등 공식 행사에서 퍼레이드에 동원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