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는 조선시대에 창작된 작자·연대 미상의 가전체(假傳體) 작품이다. '규중칠우쟁공기(閨中七友爭功記)'라고도 불리며, 국문필사본으로 전한다. 2~3종의 이본이 존재하나, 서울대학교 가람문고에 소장된 『망로각수기(忘老却愁記)』에 실려 있는 작품이 가장 상세하고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의 구성과 내용
이 작품은 부녀자가 거처하는 방(규중)에서 바느질에 쓰이는 일곱 가지 도구를 의인화하여 등장시킨다. 등장하는 '규중칠우(閨中七友)'는 다음과 같다: 척부인(尺夫人, 자), 교두각시(交頭, 가위), 세요각시(細腰, 바늘), 청홍각시(실), 감투할미(골무), 인화낭자(引火, 인두), 울낭자(熨, 다리미)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주부인이 바느질을 하다가 낮잠이 들자, 그 사이에 규중칠우들이 각자 자기가 없으면 옷을 지을 수 없다며 서로의 공을 다투기 시작한다. 떠드는 소리에 잠에서 깬 주부인이 "너희들의 공이 있다 한들 내 공만 하겠느냐"며 책망하고 다시 잠든다. 이에 규중칠우들은 부녀자들이 자신들에게 가하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 불평을 토로한다. 다시 잠에서 깨어난 주부인이 화를 내며 모두 쫓아내려 하였으나, 감토할미(골무)가 용서를 빌어 무사하게 되고, 그 공로로 주인의 각별한 사랑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작자와 창작 시기
작자는 여성으로 추정되며, 일부에서는 「조침문」을 지은 유씨부인(兪氏夫人)과 동일인이라는 견해가 제기되었으나 확실하지 않다. 창작 시기에 대해서는 사용된 어휘나 표기법으로 미루어 보아 철종조(1849~1863) 이후의 작품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통해 제시되었다. 영·정조 시대와 당쟁에 연결짓는 견해도 있었으나, 이는 지나친 비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장르적 성격
이 작품이 수필인지 소설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인물 간의 갈등과 사건 구성이 있다는 점에서 소설적 요건을 갖추었으며, 특정 사물을 의인화하여 사람의 일에 견주도록 한 설정은 가전(假傳)의 전통을 따른 것으로, 가전체 작품으로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의와 평가
이 작품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밀도 있는 구성을 갖추면서 규방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섬세한 정서를 잘 표출하고 있다. 바느질 용구들의 생김새나 쓰임새에 따른 명칭과 거동을 적실하게 묘사한 글솜씨도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자기 공을 내세우기 위해 남을 헐뜯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인정세태(人情世態)를 풍자하고 있으며, 동시에 여성의 입장에서 남성의 억지스러운 행태를 빗대어 풍자하는 함축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여성 취향의 소재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문방사우(文房四友)를 소재로 한 남성 취향의 가전체 작품들과 대비된다. 한문이 아닌 국문으로 여성의 관심사를 흥미롭게 서술하여 가전체의 새로운 방향을 개척하려는 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다만 공감의 폭이 좁은 가전체의 한계를 벗어나기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참고 사항
이 작품은 2019년 EBS 수능특강과 2024년 EBS 수능완성에 수록되어 교육 자료로도 활용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