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고래(학명: Eschrichtius robustus)는 고래목 귀신고래과(Eschrichtiidae)에 속하는 유일한 종의 해양 포유류이다. 영어권에서는 회색고래(Gray Whale)로 불리며, 일본어 한자명인 극경(克鯨)에서 유래한 쇠고래라는 명칭으로도 불린다. '귀신고래'라는 이름은 해안에서 머리를 내밀었다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모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류 및 형태
귀신고래는 수염고래아목(Mysticeti)에 속하며, 현재 1과 1속 1종으로 분류된다. 최근 DNA 염기서열 분석 결과 혹등고래나 대왕고래 등 수염고래과(Balaenopteridae)의 종과 유전적으로 가깝게 나타난다. 몸길이는 성체 수컷이 약 13.7~14m, 암컷이 약 15m이며, 몸무게는 27~36톤에 이른다. 등지느러미는 없고, 몸 뒷부분에 6~12개의 쐐기 모양 돌기가 꼬리까지 이어진다. 피부는 회색 바탕에 따개비나 바다벼룩 등의 기생체가 붙어 얼룩덜룩한 외관을 보인다.
분포 및 이동
현재 북태평양에만 분포하며, 북아메리카 태평양 연안을 따라 이동하는 북동태평양 개체군과 동북아시아 연안을 따라 이동하는 북서태평양 개체군으로 나뉜다. 두 개체군은 아종으로 구분되지 않으며 유전적으로 동일한 단일 종으로 분류된다. 연간 회유 거리는 2만 킬로미터를 넘으며, 이는 혹등고래와 함께 고래 중에서 가장 긴 편에 속한다. 북동태평양 개체군은 알래스카에서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까지 이동하고, 북서태평양 개체군은 오호츠크해와 동해, 동중국해를 오간다. 대서양에도 개체군이 있었으나 17~18세기에 남획으로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생태 및 행동
다른 수염고래와 달리 주로 해저면의 무척추동물을 먹는 데 특화되어 있다. 고래수염판은 길이가 약 30cm로 수염고래 중 가장 짧으며, 해저 침전물을 뒤져 바다벼룩이나 잎새우 같은 갑각류를 걸러 먹는다. 먹이를 찾을 때는 주로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습성이 있어 오른쪽에 기생체가 적은 특징이 있다. 천적으로는 범고래와 인간이 있으며, 포경업자에게 보인 사나운 반응 때문에 '악마의 물고기(Devil Fish)'라는 별칭도 있다. 수명은 약 50~70년으로 추정된다.
보존 상태
북동태평양 개체군은 19~20세기 남획으로 2천 마리 이하까지 감소했으나, 1937년 미국의 보호 조치 이후 개체 수가 회복되어 현재 약 2만 6,635마리로 추산된다. 1994년 미국의 멸종위기종 목록에서 해제되었으며, 북방 회유지에서 원주민의 생존 포경이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IUCN 적색 목록에서는 최소관심(LC) 종으로 평가되었으며, CITES 부속서 I에 등재되어 국제 거래가 금지되어 있다.
북서태평양 개체군은 한반도와 일본 연안에서의 남획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여 한때 절멸된 것으로 여겨졌으나, 소련 붕괴 이후 사할린섬 연안에서 약 130마리가 생존해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연간 약 3% 수준으로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유전 개발과 어망 혼획 등의 위협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다.
한국과의 관계
한국에서는 과거 동해안에서 흔히 관찰되었으며,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약 7천 년 전)에 귀신고래가 묘사되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다. 1912년 미국 탐험가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Roy Chapman Andrews)가 울산 장생포에서 이 종을 연구하여 '한국계 귀신고래(Korean stock of gray whales)'라는 명칭을 붙였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남획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였고, 1962년 울산 장생포 앞바다 일대가 '울산 귀신고래 회유해면'이라는 명칭으로 천연기념물 제126호로 지정되었다. 1977년 울산 방어진 앞바다에서 두 마리가 목격된 이후 공식적인 발견은 없으며, 2015년 삼척시에서 발견되었다는 추측이 제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