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안남국사(權署安南國事)는 15세기 중반, 명나라(明)가 후 레 왕조(後黎朝)의 군주에게 외교상 부여한 칭호이다. 한자 뜻을 풀이하면 '임시로 안남(安南, 오늘날 베트남 북부 지역)의 나랏일을 맡아 본다'는 의미이다.
배경
1428년, 후 레 왕조의 건국자 레러이(Lê Lợi, 후 레 태조)는 명나라의 지배를 물리치고 스스로 황제에 즉위하여 후 레 왕조를 세웠다. 이후 그는 명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자신을 정식 국왕(安南國王)으로 책봉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명나라는 레러이의 요청을 완전히 수용하지 않고, '왕(王)'이 아닌 '권서안남국사(權署安南國事)' — 즉, 임시로 안남 지역의 국정을 맡아 처리하는 자리 — 에 봉하는 선에서 외교 관계를 조정하였다. 이는 명나라가 레러이의 통치를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정식 왕호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조공 체제상의 우위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용어의 성격
'권서안남국사'는 중국 중심의 조공 책봉 체제에서 비롯된 임시적·과도기적 칭호였다. 이는 같은 시기 한반도에서 고려·조선 초기의 군주들이 명나라로부터 받았던 '권지고려국사(權知高麗國事)' 나 '권지국사(權知國事)' 와 유사한 성격의 칭호로, 상대국 군주의 정통성을 완전히 승인하지 않으면서도 외교적 실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된 외교적 명목이었다.
적용 기간
이 칭호는 후 레 태조(레러이)의 재위 기간(1428년~1434년) 동안 사용되었다. 이후 후 레 왕조와 명나라 사이의 관계가 정비되면서 안남국왕(安南國王) 등 다른 칭호가 사용되기에 이른다.
같이 보기
- 권지고려국사(權知高麗國事): 고려 태조 왕건과 조선 태조 이성계가 중국 왕조로부터 받았던 유사한 성격의 임시 칭호.
- 안남도통사(安南都統使): 1540년 막 왕조와 이후 후 레 왕조가 명나라로부터 받은 또 다른 칭호.
- 안남국왕(安南國王): 명나라가 베트남 군주에게 부여한 정식 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