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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회화

구상 회화(具象繪畵, figurative/representational painting)는 자연, 인체, 사물 등 현실 세계의 대상을 재현하는 회화를 뜻한다. 근대 이후 추상 미술의 대두와 함께, 현실 세계에 대한 인식을 유지하는 회화 경향을 지칭하기 위해 '구상(具象)' 또는 '표상(表象)'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었다. 한국어권에서는 전통적 분류에 따라 회화를 구상화와 비구상화로 나누기도 한다.

개요

구상 회화는 대상의 형태, 공간, 빛과 색을 화면에 구현하기 위해 원근법, 음영, 색채 대비 등의 기법을 사용한다. '구상'은 사실주의와 완전히 동일하지 않으며, 표현주의처럼 왜곡이나 과장을 수반하더라도 현실의 참조가 유지되면 구상 회화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

역사

서구 미술사에서 재현적 회화는 오랜 전통을 지니지만, 20세기에 추상 미술이 부상하면서 '구상(figurative/representational)'은 재현성과 대비되는 범주로 정착하였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추상의 우세에 대한 반응으로 신구상주의(New Figuration)가 대두하는 등 구상 회화의 어휘가 갱신되었다.

특징

  • 재현성: 인체, 정물, 풍경 등 인식 가능한 대상에 근거한다.
  • 조형 기법: 선, 형태, 명암, 색채를 사용해 입체감과 공간을 구성한다.
  • 범위: 엄밀히는 구상 미술이 회화와 조각을 포괄하는 반면, 구상 회화는 그중 회화에 한정된다.

한국의 전개

대한제국 말에서 일제강점기로 이어지는 시기에 서양화가 도입되면서 재현 중심의 회화가 정착하였다. 총독부 주관의 조선미술전람회(선전)가 동양화, 서양화, 조각 등의 부문을 통해 학전 체제를 확립하였고, 이 시기 서양화 교육 및 전람 체계는 해방 이후 한국 화단의 재현 회화 기반으로 이어졌다.

해방 이후에는 국가 관전인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1949~1981)가 제도적 중심을 이루었다. 1961년 국전 서양화부에 구상, 반추상, 추상의 과제가 도입되어 경향 구분이 가시화되었고, 1969년에는 서양화를 구상과 비구상으로 공식 분리하였으며, 1970년에는 동양화와 조각에도 같은 구분을 적용하였다. 1974년부터는 봄과 가을로 나누어 구상과 비구상 부문을 분리 전시하는 등 이원 구도가 제도권 전시에 본격 정착하였다.

현장 차원에서는 1958년 창립된 목우회가 사실주의 및 서정적 구상 작가들의 동인 활동을 이끌었고, 1963년부터 공모전을 신설해 신진 발굴과 저변 확장에 기여하였다. 1977년부터는 공모 우수작의 '르 살롱' 출품을 연계하는 등 국제 교류도 시도하였다.

1960~70년대 화단에서 단색화를 포함한 추상 경향이 전위를 대표했음에도, 인물, 풍경, 정물 중심의 구상 회화는 지속적으로 제작·축적되었다. 1980년대에는 민중미술이 대두하며 현실 인식과 서사성에 기초한 구상 회화의 어법이 사회적 발언의 매체로 적극 활용되었다. 국전 해체 이후 이어진 대한민국미술대전(민전) 체제에서도 '구상계열' 부문 등으로 명시·운용되었다.

국제 비교

전후 추상 미술의 우세에 대한 반응으로 1960년대 유럽과 미국에서는 신구상회화가 부상하였고, 영국에서는 'School of London(런던 학파)'이 다양한 방식의 구상 회화를 갱신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구상'을 단순한 사실주의와 동일시하기보다, 추상과의 긴장 속에서 현실 참조성을 유지하는 넓은 범위로 이해하게 만든 배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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