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지(行司, 일본어: ぎょうじ)는 일본 스모 경기에서 심판으로 참여하여 승패를 판단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가리킨다. 일본스모협회(Japan Sumo Association)에 고용되며, 경기 심판뿐만 아니라 스포츠 조직 운영 전반과 스모 문화의 보존을 담당한다. 신토(神道) 전통과 깊이 연관된 직업으로, 프로 스모에서 가장 시각적으로 두드러지는 직종 가운데 하나이다.
역할
교지의 가장 핵심적인 임무는 두 리키시(力士, 스모 선수)의 시합에서 승패를 판정하는 것이다. 승부가 갈리는 순간에 교지는 '군바이'(軍配, 전투 지휘에 쓰이던 나무 부채)를 승리한 쪽을 향해 내리쳐 승자를 표시한다. 교지의 판정에 대해 도효(土俵, 흙으로 만든 경기장) 주위에 앉아 있는 승부심판(審判)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이를 '모노이이'(物言い)라고 하며 이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이 경우 교지의 판정이 유지(군바이도오리), 번복(사시치가에), 또는 재경기(토리나오시)로 처리될 수 있다.
경기 중 교지는 승패 판정 외에도 구령을 넣고, 관중의 관전을 방해하지 않도록 이동하며, 리키시의 느슨해진 마와시(廻し, 샅바)를 고쳐 매거나 풀어진 사가리(下がり)를 정리하는 등의 여러 일을 한다. 시합이 지연될 때 내려지는 미즈이리(水入り, 물 휴식) 때에는 양 리키시의 손·발 위치를 기록해 경기 재개를 돕는다.
또한 교지는 정기 대회에서 사용되는 반즈케(番付, 스모 선수들의 순위표)를 손으로 작성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기마리테(決まり手, 승리 기술)를 관중에게 발표하는 일도 이들이 수행한다.
역사
스모 심판의 역할은 교지가 현재의 형태를 갖추기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헤이안(平安) 시대에는 시합 심판 역할이 독립적으로 정의되지 않았고, 여러 관리들이 시합을 감독했다. 이들은 궁중 경호관인 '다치아와세'(立合)라는 칭호를 가진 이들로, 활과 화살통을 착용하고 득점을 기록하는 보조원인 '가즈사시'(数刺し)를 대동했다.
교지라는 용어 자체는 헤이안 시대에 등장했지만, 당시에는 시합을 직접 심판하기보다 대회 행사 관련 행정 업무를 맡았다. 가마쿠라 시대 초기까지도 시합 심판은 '스모부교'(相撲奉行)가 담당했다. 무로마치(室町) 시대에 이르러 교지라는 칭호가 무사 출신 심판에게 적용되기 시작했고, 16세기 후반 덴쇼(天正) 시대에 오다 노부나가가 자신의 측근 무사 둘을 교지로 임명하여 막부의 스모 대회를 조직하게 한 것이 계기가 되어 교지는 현재와 유사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도쿠가와 막부 시기에는 신토 요소가 스모 전통에 통합되면서 교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고, 이들은 신관의 대행자로도 기능하게 되었다. 18세기 초에는 교지 직업에 대한 면허가 매우 중요해졌으며, 요시다(吉田) 가문과 고조(五條) 가문이라는 두 가문이 교지 제도의 법적 통제를 주도하게 되었다.
메이지 시대에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있던 스모 단체들이 통합되고 근대화 과정을 겪으면서, 경기 판정의 최종 권한이 교지에서 도효 주위의 승부심판단으로 이전되었다. 이는 스모 단체의 이미지 개선을 요구한 움직임의 결과였다.
계급과 인원
교지의 정원은 일본스모협회 기준 45명이며, 정년은 65세로 정해져 있다. 2024년 1월 기준 협회에는 43명의 교지가 소속되어 있었다. 교지는 리키시와 마찬가지로 각 스모베야(相撲部屋, 스모 훈련장 겸 숙소)에 소속된다.
교지의 계급은 아래와 같이 8단계로 나뉜다 (높은 순서에서 낮은 순서로):
- 다테교지(立行司) — 최고 등급, 정원 2명
- 산야쿠교지(三役行司)
- 마쿠우치교지(幕内行司)
- 주료교지(十両行司)
- 마쿠시타교지(幕下行司)
- 산단메교지(三段目行司)
- 조니단교지(序二段行司)
- 조노쿠치교지(序ノ口行司)
승진은 매년 9월 대회 후 열리는 반즈케 편성 회의에서 결정되어 이듬해 1월부터 적용된다. 과거에는 주로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이 결정되었지만, 1972년 이후부터는 판정 능력, 목소리의 크기와 톤, 근무 태도, 서예 실력, 경기장에서의 기동성, 어려운 판정에 직면했을 때의 리더십 등 개인적 자질이 더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었다.
계급이 낮은 교지는 하루에 최대 10경기를 심판할 수 있지만, 상급 교지로 올라갈수록 맡는 경기 수가 줄어든다. 최고 등급인 다테교지 두 명은 보통 한 경기만 심판한다. 다테교지는 판정 실수에 대비해 상징적으로 단도(短刀)를 차고 있는데, 이는 판정에 실수가 있을 경우 할복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전통적인 관습이다. 실제로 할복한 교지는 없었으며 현재도 수행되지 않는다.
2018년 1월에는 당시 다테교지였던 제40대 시키모리 이노스케가 후배 교지에 대한 성희롱으로 3개 대회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고, 같은 해 5월 사직이 수리되었다. 2025년 6월에는 마쿠우치교지 기무라 긴지로가 리키시회 적립금 약 2,000만 엔을 횡령해 도박 등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 해고되었다.
복장
교지는 경기장에서 화려한 전통 의상을 착용한다. 이 의상은 무로마치 시대 사냥 행사 때 무사 계급 관리들이 입던 옷이나 헤이안 시대 궁중 예복을 본뜬 것이다. 현재의 형태는 1910년 5월 도쿄스모협회가 전문 교지의 복장을 변경하면서 확립되었다.
교지의 복장은 계급을 반영하며, 계급에 따라 색상과 장식 요소가 달라진다. 상징적인 요소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교지의 계급을 나타내는 로제트(기쿠토지)와 술(후사)
- 검은 칠을 한 관모인 '에보시'(烏帽子)
- 다테교지만 사용할 수 있는 보라색
- 상위 교지는 타비 양말과 조리(草履)를 신는 반면, 하위 교지는 맨발로 무릎 위까지 기모노 자락을 걷어 올린다
최고 등급인 다테교지는 단도와 인로(印籠, 약통)를 허리에 차며, 최고위인 기무라 쇼노스케는 두꺼운 비단(겨울) 또는 얇은 린넨(여름) 의상을 입는다.
교지 가문 제도
현재 프로 스모의 교지는 크게 '기무라'(木村) 가문과 '시키모리'(式守) 가문으로 나뉜다. 교지가 되려는 사람은 본명 대신 이 두 가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전문 이름을 사용한다. 이 제도는 선수들이 사용하는 시코나(四股名, 링네임)와 유사하다.
두 가문의 최고위 두 명의 이름은 항상 동일하게 유지되며, 서열상 기무라 쇼노스케(木村庄之助)가 선임, 시키모리 이노스케(式守伊之助)가 후임으로 정해져 있다. 교지가 최고위로 승진하면서 가문을 바꾸는 일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시키모리 가문의 수장인 시키모리 이노스케가 은퇴하면, 후임 다테교지가 시키모리 가문에서 기무라 쇼노스케라는 이름을 물려받으면서 기무라 가문으로 옮겨가는 식이다.
두 가문 사이에는 세부 전통의 차이가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군바이의 쥐는 방식이다. 기무라 가문의 교지는 주먹 등이 위를 향하게 군바이를 쥐는 반면, 시키모리 가문의 교지는 손바닥이 위를 향하게 쥔다.
신도적 역할
교지는 경기 심판 외에도 스모의 신도적 전통을 유지하는 의식적 역할을 수행한다. 새로운 도효가 건설될 때는 도효마츠리(土俵祭り, 토효 봉헌 의식)를 집전하며, 이는 신도 신관의 의례 형식을 따른다. 다테교지와 두 명의 상급 교지가 주관하며, 백의(白衣)를 입고 에보시 관모와 쿄우 다바 등을 갖춘다.
대회 마지막 날에는 '카미오쿠리'(神送り, 신을 보내는 의식)를 거행하여 도효에 내려왔던 신들을 하늘로 돌려보낸다. 이는 대회를 마무리하는 의식으로, 하급 교지 한 명이 도효 중앙에 서서 신도적 의식을 진행한다.
관련 개념
- 군바이(軍配): 교지가 승패를 표시할 때 사용하는 나무 부채
- 모노이이(物言い): 교지의 판정에 대한 이의 제기 및 협의
- 반즈케(番付): 스모 선수들의 순위표, 교지가 서예로 작성
- 도효(土俵): 스모 시합이 열리는 흙으로 만든 원형 경기장
- 다테교지(立行司): 교지 중 최고 등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