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선택론(公共選擇論, public choice theory)은 정치 과정을 경제학의 원리와 방법으로 분석하는 이론이다. 시장에 생산자와 소비자, 고용자와 피고용자가 존재하듯이 공공 부문에도 정치가, 관료, 특수이익집단, 투표자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이들의 행태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한다.
기원과 발전
공공선택론의 기원은 스웨덴의 경제학자 크누트 빅셀(Knut Wicksell)이 1896년에 제시한 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빅셀은 공무원이 효율을 희생하여 예산을 늘리고 자신들의 조직을 비대화하려는 등 자기 이익 극대화를 위해 행동한다고 주장하였다. 현대적 공공선택론의 선구자는 덩컨 블랙(Duncan Black)으로, 그는 중위자투표모형(median voter theorem)의 기본 개념을 발전시켰다. 제임스 M. 뷰캐넌(James M. Buchanan)과 고든 털럭(Gordon Tullock)이 1962년에 출간한 《국민합의의 분석: 입헌민주주의의 논리적 근거》(The Calculus of Consent)는 공공선택론의 대표적 저작으로 평가된다. 뷰캐넌은 공공선택론에 대한 공로로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공공선택론은 크게 로체스터(Rochester) 학파, 버지니아(Virginia) 학파, 블루밍턴(Bloomington) 학파 등 세 학파로 발전해 왔다.
핵심 가정
공공선택론의 핵심 가정은 방법론적 개인주의와 합리적 자기 이익 추구다. 전통적 경제학에서는 개인이 경제활동을 할 때는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지만 정치행동을 할 때는 공공심에 따라 행동한다고 가정한 반면, 공공선택론은 개인이 정치행동을 할 때에도 경제행동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한다고 본다. 또한 국가를 인격이 있는 유기체가 아니라 개인의 총합으로 파악하며, 모든 사회적 실체는 기본적으로 개인 행위자들의 집합이라고 가정한다.
주요 개념
중위자투표모형은 정당의 정책이나 후보자의 공약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중위투표자(전체 투표자의 50%에 해당하는 투표자)에서 벗어나는 정책을 공약하면 상대 후보에게 패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선거 막바지에 후보들 간 정책적 차이가 거의 사라진다는 것이다.
합리적 무시(rational ignorance)는 어떤 정보가 주는 편익보다 그것을 얻기 위한 비용이 더 큰 경우, 그 정보를 무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라는 개념이다. 이는 투표에도 적용되어, 유권자가 투표의 편익보다 비용이 크다고 판단하면 투표를 '합리적으로' 포기하게 되며, 이것이 낮은 투표율의 한 요인이 된다.
윌리엄 니스카넨(William Niskanen)은 관료들이 권력 극대화를 위해 소속 부서의 예산 규모를 극대화한다고 보았으며, 이에 따르면 정부 산출물은 적정 생산 수준보다 과잉 생산된다고 분석하였다.
지대 추구(rent-seeking) 개념 또한 공공선택론의 주요 분석 대상이다. 특별이익집단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법이 이루어지도록 정치시장에 적극 개입하는데, 이는 입법 결과로 얻는 편익이 로비 비용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관료 역시 봉급, 권력, 위신 등을 극대화하려는 이기적 개인이므로 이익집단의 압력에 취약하다. 한편 일반 국민은 불합리한 정책으로 인한 개인적 비용이 소액의 세금에 불과하고, 이를 막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더 크기 때문에 저항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비판
공공선택론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현실적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첫째, 인간을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만 가정한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는 지적이 있다. 둘째, 정부 활동의 성과를 시장적 가치로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음에도 자유시장 논리를 직접 도입하려는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 셋째, 공공선택론의 실천적 처방들은 기존 정부조직 구성원리와 마찰을 빚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넷째, 시민참여 문화가 성숙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현실적합성이 낮다.
정치적 함의
공공선택론은 일반적으로 '작은 정부'를 옹호하는 이론으로 간주되나, 학자마다 정치적 입장은 다르다. 예컨대 맨슈어 올슨(Mancur Olson)은 압력 단체의 로비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오히려 '강력한 국가'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대규모 관료제를 비판하고 공공재 공급에 있어 시민의 자율적 거버넌스를 강조하는 민주행정론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