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촬요 (攷事撮要)
정의
《고사촬요》(攷事撮要)는 조선 전기의 학자 어숙권(魚叔權, 호: 也足堂)이 왕명을 받아 1554년(명종 9)에 편찬한 유서(類書)이다. '고사(攷事)'는 '일을 고찰한다'는 뜻이며, '촬요(撮要)'는 '요점을 뽑아낸다'는 의미로, 책명은 '일상의 여러 사항을 고찰하여 그 요점을 추려 엮은 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편찬 배경 및 저자
어숙권은 본관이 함종(咸從)이며, 좌의정 어세겸(魚世謙)의 서손(庶孫)으로, 이문(吏文)과 중국어에 능통하여 중종 20년(1525) 이문학관(吏文學官)이 되었다. 그는 최세진(崔世珍)에게 수학하였으며, 조선의 대외 관계와 일상 실용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을 느껴 이 책을 편찬하였다.
내용 구성
판본에 따라 2권, 3권, 5권 등으로 구성되며, 대체로 상·중·하 3권과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 상권: 대명기년(大明紀年), 중국과 조선의 왕실 기신(忌辰)과 탄일(誕日), 진공방물수목(進貢方物數目), 마색(馬色), 중원진공로정(中原進貢路程), 대명관제(大明官制) 등
- 중권: 중조(명)와 본조(조선)의 각종 의례와 제도
- 하권: 접대왜인사례(接待倭人事例), 을유년신정약조(乙酉年新定約條), 왜인조경도로(倭人朝京道路), 접대야인사례(接待野人事例), 조선의 동서반산계(東西班散階), 육조낭관소장(六曹郎官所掌), 반록(頒祿) 등 관제와 품계, 절서(節序), 복제식(服制式), 혼서식(婚書式), 생약가(生藥價)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서식과 상식
- 부록: 조선 역대 기신, 팔도관직 총수 등 53항목의 잡기(雜記)
서지 사항 및 판본
초간본은 현재 전하지 않으며, 현존 최고본(最古本)은 1568년(선조 1)에 발간된 을해자본(乙亥字本)이다. 이후 1771년(영조 47) 서명응(徐命膺)이 《고사신서(攷事新書)》로 대폭 개정·증보할 때까지 무려 12차례에 걸쳐 재판(再版)되었다.
주요 판본은 다음과 같다:
- 1568년(선조 1): 을해자본 (현존 최고본)
- 1576년(선조 9): 을해자본 복각본 (방각본 중 최고)
- 1585년(선조 18): 목판본 (허봉 증보)
- 1612~1613년(광해군): 경오자체 훈련도감자본 (『속고사촬요』)
- 1636년(인조 14): 을해자체 훈련도감자본 (『속편고사촬요』)
- 1674년(현종 15): 무신자본(戊申字本)
- 1690년(숙종 16): 목판본
- 1730~1735년(영조 6~11): 인서체 목활자본
- 1743년(영조 19): 인서체 목활자본
책판목록의 의의
《고사촬요》에 수록된 책판목록(冊板目錄)은 조선 최초의 도서 목록으로 평가된다. 모두 989종(또는 988종)의 책판이 지역별로 기록되어 있으며, 지역별로는 경상도 387종, 전라도 337종, 황해도 77종, 평안도 67종, 강원도 61종, 충청도 37종, 함경도 19종, 경기도 2종 순이다. 분류별로는 경부(經部) 218종, 사부(史部) 117종, 자부(子部) 391종, 집부(集部) 242종, 미상 19종이다.
이 목록은 임진왜란 이전 각 지방에서 간행된 도서의 간행지와 간행 연도를 추정하고, 현재는 소실된 도서(산일된 서적)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로서 서지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임진왜란 이후의 판본에서는 책판목록 대신 각 지역별 토산품이 수록되었다.
서책시준과 서책인지수
- 서책시준(書冊市准): 교서관에서 발간한 34종 도서의 판매 가격 기록
- 서책인지수(書冊印紙數): 188종 서적의 인쇄에 필요한 종이 수량 기재
이 두 항목은 당시의 출판 경제와 사회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국외 전래 및 영향
《고사촬요》는 일본에도 전해져 에도 시대 일본 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유학자 아라이 하쿠세키(新井白石)는 《해동제국기》를 연구하면서 《고사촬요》를 참고 자료로 활용하였으며,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는 《교린제성》에서 조선 이해를 위해 《경국대전》과 함께 《고사촬요》를 필독서로 권장하였다. 쓰시마(對馬) 지역에 16세기 전기의 을해자본 《고사촬요》가 현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가
《고사촬요》는 조선 전기의 대외 관계(사대교린), 관제, 세시 풍속, 의례, 의약 등 다양한 분야의 실용 지식을 망라한 백과사전적 유서로서, 16~18세기 조선 사회의 제도와 생활상을 연구하는 데 핵심적인 사료이다. 특히 책판목록은 한국 서지학과 출판사 연구에 있어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자료 중 하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