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틴 법전(Gortyn Code, 또는 대법전(Great Code))은 고대 그리스 크레타 섬 남부에 위치한 도시국가 고르틴(Gortyn)의 시민법을 성문화한 법전이다. 이 법전에 관한 유일한 문헌 자료는 고르틴의 아고라(광장)에 있던 원형 건축물(시민 집회장으로 추정됨)의 벽면에 새겨진 비문이다. 해당 비문은 좌우 교호 서법(boustrophedon, 소가 밭을 갈 듯 좌우로 번갈아 쓰는 방식)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원래 건물은 직경 약 30미터였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12개 열(column)의 문자는 길이 약 10미터, 높이 약 1.5미터에 걸쳐 약 600행의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현존하는 고대 그리스 비문 중 가장 긴 것 중 하나로 평가된다.
최초의 비문 조각은 1857년 조르주 페로(Georges Perrot)와 루이 트농(Louis Thenon)에 의해 발견되었고, 1884년 이탈리아 고고학자 페데리코 할베르(Federico Halbherr)가 추가로 4개 열을 발견하였다. 이후 추가 발굴을 통해 기원전 1세기 로마 시대 오데이온(Odeion)의 기초석으로 재사용된 8개 열의 텍스트가 추가로 확인되었으며, 현재는 일부 복원이 이루어졌다. 법전의 제정 시기는 기원전 5세기 전반으로 추정된다.
고르틴 법전은 도리아 방언(Dorian dialect)으로 기록되었으며, 강간과 간통, 이혼 및 과부의 권리, 이혼 후 출생한 자녀의 양육권, 상속, 재산의 매매와 저당, 노예의 소유권 분쟁, 혼혈(자유인·노예·외국인 간) 결혼에서의 자녀 문제, 입양 등 다양한 민사 문제를 규정하고 있다. 법전은 사회 계층 간(자유인, 농노, 노예, 외국인)의 법적 구별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범죄에 대한 벌금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분 차이에 따라 차등 적용되었다. 예를 들어, 자유인이 농노나 노예를 강간할 경우 가장 낮은 벌금이 부과된 반면, 노예가 자유인을 강간할 경우 가장 높은 벌금이 부과되었다. 간통의 경우 범행 장소와 여성의 과거 이력에 따라 처벌이 달라졌으며, 벌금은 간통에 가담한 남성에게 부과되고 여성에 대한 처벌 규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고르틴 법전은 여성에게 일정 수준의 재산권을 인정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혼 시 여성은 결혼 시 가져온 재산과 자신의 재산에서 발생한 공동 수입의 절반을 가질 수 있었고, 가구 재산의 일부도 받을 수 있었다. 남편 사망 시 자녀가 있는 경우 재산은 아내가 자녀를 위해 신탁 관리하였으며, 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토지는 남성 자녀에게 상속되었다. 여성은 입양할 수 없었으나, 입양된 자녀는 친자와 동일한 상속권을 가졌다.
고르틴 법전은 아테네 외부에서 발견된 고대 그리스 법률 자료 중 가장 방대한 분량이며, 고대 그리스 법률 연구와 크레타 사회의 법적·사회적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 사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