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장항리사지는 토함산 자락에 자리한 신라 시대의 사찰 터로, 서 오층석탑은 금당지(金堂址) 서쪽에 건립되었다. 일반적으로 8세기 후반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비슷한 시기에 세워진 동 오층석탑(보물 제667호)과 나란히 서 있다. 이 두 탑은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의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통일신라 중기 이후 석탑 양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이다. 1923년 동탑과 함께 해체 수리되었고, 현재는 탑의 일부 부재가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특징 및 양식
경주 장항리 서 오층석탑은 화강암으로 조성되었으며, 2층 기단 위에 5층의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통일신라 시대 석탑 양식을 따른다.
- 기단부: 하층 기단은 네 면에 사자상과 팔부중상이 조각되어 있는데, 특히 각 면에는 사자를 조각하고 그 사이에 팔부중상을 배치한 독특한 형태를 보인다. 사자상은 사방을 응시하며 역동적인 모습이고, 팔부중상은 사실적이고 섬세한 조각 솜씨를 보여준다. 상층 기단에는 각 면에 팔부중상이 2구씩, 총 8구가 조각되어 있으며, 인물들의 표정과 옷 주름 표현이 생동감 넘친다. 이러한 기단부의 화려하고 정교한 조각은 장항리사지 석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
- 탑신부: 탑신부는 몸돌(옥신)과 지붕돌(옥개석)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층의 몸돌은 모서리에 우주(隅柱: 귀기둥)가 새겨져 있다. 1층 몸돌은 다른 층에 비해 높이가 비교적 높고, 위로 올라갈수록 체감률이 줄어들며 안정감을 준다. 옥개석은 처마선이 수평을 이루다가 네 귀퉁이에서 살짝 들려 경쾌함을 더한다. 각 옥개석 아래에는 5단의 층급받침이 뚜렷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윗면에는 1단의 탑신받침이 있다. 이러한 구조는 감은사지 삼층석탑 이래 통일신라 석탑 양식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다.
- 상륜부: 탑의 가장 윗부분인 상륜부(相輪部)는 현재 대부분 소실되어 남아있지 않다. 다만 일부 부재가 남아있어 원래는 완전한 형태의 상륜부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역사적 의의 및 평가
경주 장항리 서 오층석탑은 통일신라 시대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석탑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특히 기단부에 새겨진 사자상과 팔부중상 조각은 당시 불교 미술의 뛰어난 조각 기술과 높은 예술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동 오층석탑과 함께 통일신라 중기 이후 석탑 양식의 전형을 제시하며, 석탑 미술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한다. 비록 사찰은 사라지고 석탑만 남아 있지만,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