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명왕(景明王, 894년?~924년, 재위 917~924년)은 통일신라 제54대 왕이다. 성은 박씨이며 이름은 승영(昇英)이다. 아버지는 제53대 신덕왕(神德王)이고, 어머니는 헌강왕의 딸인 의성왕후(義成王后)이다. 동생인 경애왕(景哀王)이 뒤를 이어 제55대 왕에 올랐다.
경명왕은 912년 태자에 책봉되었으며, 917년 신덕왕이 사망한 뒤 왕위를 계승하였다. 그러나 그가 재위하던 시기는 신라의 국운이 급격히 기울어진 시기였다. 당시 신라 왕실의 실질적인 지배력은 경주를 중심으로 한 주변 지역에 국한되었고, 후삼국 시대의 주요 세력인 궁예(弓裔)와 견훤(甄萱)에게 대부분의 영토를 빼앗긴 상태였다.
918년(경명왕 2년)에는 일길찬(一吉飡) 현승(玄昇)이 반란을 일으켰으나 진압되었다. 같은 해 고려를 세운 왕건이 궁예를 몰아내면서 신라는 후백제의 견훤과 고려의 왕건 사이에서 세력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후 고려의 왕건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명왕 재위 기간에는 사천왕사 벽화의 개가 울었다거나 황룡사탑의 그림자가 다른 곳에 머물렀다는 등 각종 변괴 설화가 기록에 남아 있는데, 당시 쇠퇴해 가던 신라 왕실의 불안한 정세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명왕은 재위 8년 만인 924년에 사망하였다. 그의 능은 황복사(黃福寺) 북쪽에 조성되었으며, 그 자리에서 화장되었다는 설도 있다. 시호 '경명(景明)'은 그의 묘호 또는 시호로 전해지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 주요 사료에 기록되어 있다. 『신오대사』 신라전에는 그 이름이 김박영(金朴英)으로 기록되어 있어, 문헌에 따라 이름 표기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