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또는 보행, 步行)는 다리가 있는 동물의 지상 이동 방식 중 주요한 하나로, 일반적으로 달리기를 비롯한 다른 걸음걸이보다 느린 이동 수단을 의미한다. 걷기는 각 걸음마다 몸이 뻣뻣한 다리 위를 궁륭(아치) 모양으로 넘어가며 움직이는 "역진자(inverted pendulum)" 보행으로 정의된다. 이 정의는 다리의 수에 관계없이 적용되어, 여섯 개 이상의 다리를 가진 절지동물도 걷기를 수행한다.
달리기와의 차이
인간과 다른 이족보행 동물에게 있어 걷기는 한 번에 한 발만 지면에서 떨어지고 두 발이 모두 지면에 닿는 이중 지지기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달리기와 구별된다. 반면 달리기는 매 걸음마다 두 발이 모두 지면에서 떨어지는 순간이 나타난다. 걷기와 달리기를 구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모션 캡처나 힘판을 사용하여 중간 입각기에서 인체 질량 중심의 높이를 측정하는 것으로, 걷는 동안 질량 중심은 중간 입각기에서 최대 높이에 도달하고 달리기에서는 최소 높이에 도달한다.
걷기 속도는 키, 몸무게, 나이, 지형, 체력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지며, 횡단보도에서의 평균적인 인간 보행 속도는 시속 약 5.0킬로미터(초속 약 1.4미터)이다. 고령자의 경우 4.51~4.75km/h, 젊은 층의 경우 5.32~5.43km/h 범위로 나타난 연구 결과가 있다. 빠르게 걷는 속도는 약 6.5km/h에 이를 수 있으며, 정상급 경보 선수들은 20km 거리에서 평균 14km/h 이상의 속도를 낸다.
영어 단어 'walk'는 '구르다'라는 뜻의 고대 영어 'wealcan'에서 유래했다. 인간 어린이는 평균적으로 생후 약 11개월에 독립적인 보행 능력을 갖춘다.
건강상 이점
정기적이고 활기찬 걷기 운동은 심혈관 건강 개선, 체중 조절, 만성 스트레스 감소 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걷기는 기억력, 학습 능력, 집중력, 기분, 창의성 및 추상적 추론 능력 향상에도 유익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일주일에 2시간 이상 걷는 당뇨병 환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39%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하루 4,500~7,500보를 걷는 여성은 하루 2,700보만 걷는 여성에 비해 조기 사망이 적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2023년 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하루 최소 2,337보를 걷는 것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이고, 하루 3,967보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기원과 진화
화석 기록에 따르면 호미닌 조상들 사이에서 이족보행은 인류의 다른 정의적 특성들보다 먼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케냐에서 발견된 발자국 화석을 근거로, 현대 인류의 조상들은 300만 년 전부터 현재와 유사한 방식으로 걸었을 가능성이 있다. 오늘날 인간의 걷는 방식은 다른 영장류의 이동 방식과 크게 다르며,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침팬지에 비해 이족보행이 더 효율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걷기는 직립 자세 덕분에 근육 사용을 줄이며, 다리의 길이와 아킬레스건의 구조 등 해부학적 특성이 걷기의 에너지 효율에 기여한다.
운동역학
인간의 걷기는 이중진자(double pendulum) 전략으로 수행된다. 전진 운동 중 지면을 떠나는 다리는 엉덩이를 축으로 앞으로 흔들리는데 이것이 첫 번째 진자이며, 다리가 뒤꿈치로 지면에 닿고 발가락으로 굴러가는 동작이 역진자에 해당한다. 걷는 동안 종아리 근육이 수축하면서 몸의 질량 중심을 높여 위치 에너지를 저장하고, 이후 중력이 몸을 앞으로 당기면서 위치 에너지가 운동 에너지로 전환된다. 이 과정을 통해 전진 운동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약 65%를 절약할 수 있다.
걷기의 질량 중심 상향 가속도 때문에 개인의 걷기 속도에는 절대적인 한계가 존재하며, 특수한 속보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이 가속도가 중력 가속도를 초과하면 공중에 뜨게 되어 걷기가 달리기로 전환된다.
변형 및 활용
걷기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활용된다. 노르딕 워킹은 걷기 폴을 사용하여 신체 전체를 더 많이 사용하는 신체 활동으로, 걷기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최대 46%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보는 항상 한 발이 지면에 닿아 있어야 하는 장거리 육상 종목이다. 파워 워킹은 일반적으로 7~9km/h의 속도로 걷는 행위를 말한다. 이 외에도 스크램블링, 설피 걷기, 해변 걷기, 뒤로 걷기, 아프간 워킹 등의 변형이 존재한다.
걷기는 여가 활동으로도 널리 이루어지며, 하이킹, 트레킹, 부시워킹, 램블링 등의 형태로 발전했다. 네덜란드의 네이메헌 국제 4일 걷기 대회는 1909년부터 시작된 대표적인 걷기 행사로, 최근에는 4만 명 이상이 참가한다. 걷기는 또한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으로서 보행자 친화적 도시 계획의 핵심 요소로 간주되며, "보행성(walkability)"이라는 개념을 통해 도시 환경의 걷기 친화도를 평가하기도 한다.
로봇공학 분야에서도 걷기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최초의 성공적인 다족 보행 로봇 이후 이족 보행 로봇(예: ASIMO)이 개발되었으나 안정성 향상을 위해 무릎을 구부린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등 아직 인간의 걷기를 완전히 구현하지는 못한 상태이다. 걷기의 운동학을 재현하기 위해 규칙 기반 모델, 결합 발진기 모델, 제어 기반 모델, 통계 모델 등 다양한 수학적 모델이 제안되어 있다.
동물의 걷기
말의 평보는 시속 약 6.4km의 4비트 걸음걸이로, 왼쪽 뒷다리, 왼쪽 앞다리, 오른쪽 뒷다리, 오른쪽 앞다리의 순서로 규칙적인 박자를 따른다. 코끼리는 속보·점프·갤럽을 할 수 없고 걷기와 그보다 빠른 보법 두 가지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걷는 물고기라는 용어는 해저 바닥을 따라 이동하는 물고기나 육지를 횡단하는 물고기를 가리키는 데 사용된다. 곤충은 여섯 개의 다리를 조정하여 메타크로날 파동 보행, 테트라포드 보행, 삼각대 보행 등의 다양한 걸음걸이를 생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