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키릴 문자(Faux Cyrillic)는 라틴 문자로 작성된 텍스트에 시각적으로 유사한 키릴 문자를 대입하여 사용하는 활자 기법이다. 영어권에서는 유사 키릴 문자(pseudo-Cyrillic), 유사 러시아 문자(pseudo-Russian) 또는 가짜 러시아 활자(faux Russian typography)라고도 불린다. 주로 소련이나 러시아, 동유럽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서양의 서적 표지, 영화 제목, 만화 글자, 컴퓨터 게임 아트워크, 제품 포장 등에서 사용된다. 이러한 목적으로 제작된 서체는 모방 활자(mimicry typeface)로 분류된다.
이 기법의 핵심 특징은 음가(音價)와 무관하게 글자의 외형만을 기준으로 대체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영문 "RUSSIAN"의 R은 키릴 문자 Я(야), N은 И(이)로 대체되어 "ЯUSSIAИ"처럼 표기된다. 실제 러시아어 발음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대체 사례를 들면, Ш(샤)가 W로, Ц(체)가 U로, Ф(에프)가 O로, Д(데)가 A로, Я(야)가 R로, Ч(체)나 У(우)가 Y로 사용된다. 이 밖에도 여러 키릴 문자들이 라틴 문자의 형태와 유사성을 바탕으로 활용된다.
이 기법은 주로 대문자로만 구성된 텍스트에 적용된다. 키릴 문자의 대부분 소문자 형태는 대문자와 크게 다르지 않아 소문자 라틴 문자와는 조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키릴 문자의 기원은 9세기 그리스 문자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적인 형태는 1708년 표트르 대제의 민용 활자 개혁 이후 라틴 문자와 더 유사해졌다.
실제 사례로는 게임 《테트리스》의 여러 버전이 제목을 TETЯIS로 표기하여 게임의 러시아적 기원을 강조한 경우가 있다. 모큐멘터리 영화 《보랏》도 제목을 BORДT로 표기했으며, 미국의 탄약 제조사 Red Army Standard Ammunition은 로고를 "RЭD АRMY STAИDARD"로 표기한 바 있다. 스웨덴의 밴드 아바타(Avatar)는 로고를 ДVДTДR로 표기하기도 했다.
키릴 문자를 실제로 읽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표기가 러시아나 동유럽에 대한 이국적 또는 위협적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의도가 오히려 무지하게 보이거나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유사한 현상으로, 라틴 문자를 숫자나 기호로 대체하는 리트(leet) 방식이나, 다른 문자 체계를 흉내 내는 유사 히브리 문자(Faux Hebrew) 등이 있다.
이 개념은 타이포그래피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표기 방식으로, 여러 언어권의 백과사전과 학술적 문헌에서 독립된 항목으로 다루어지고 있다.